[경북도민일보] 지난 22일은 대한민국의 불행한 역사가 또 한 번 반복된 날이었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지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또다시 각종 비리 혐의로 영어(囹圄)의 처지가 되는 상황을 우리 국민은 가슴 아프게 지켜봐야 했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네 번째 전직 대통령 구속이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부장판사는 이날 밤 검찰이 청구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은 곧바로 논현동 자택으로 향했고, 자정 무렵 이 전 대통령을 호송해 나와 23일 0시18분께 서울동부구치소 안으로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은 입감 절차를 거쳐 서울동부구치소의 독거실에 수용됐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의 영장발부로 이를 집행하기 위해 자택을 방문한 검찰 관계자와 집을 나와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연도에 늘어선 지지자 몇 명과 악수를 했을 뿐 ‘골목성명’이나 별다른 입장표명이 없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18가지에 달한다. 하지만 “진짜 수사는 이제부터”라는 검찰의 말처럼 구속에 대한 부담을 떨쳐낸 검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가면 혐의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까지 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영장 범죄 의혹을 보강 조사하는 한편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혐의로 수사 범위를 넓혀갈 것이 분명하다.
이 전 대통령에 씌워진 수많은 혐의들이 사실인지 아니면 자유한국당의 주장처럼 정치보복에 의한 것인지는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명백히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이 발표한 수사내용을 보면 혐의의 수와 범위가 워낙 광범위해 검찰 수사 그물망을 쉽사리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민정부, 실용정부를 표방하며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였던 MB의 몰락을 보며 도덕적으로 타락한 정권은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는 현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4년 후 문재인정부의 설 자리는 지금부터 하기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 열심히 터를 닦고 가꾸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MB 구속이 우리에게 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반복되는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보기 위한 개헌작업이 정치권 최대 쟁점으로 떠들썩하지만 결국은 사람이 바뀌어야만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법이나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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