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순간, 언제나 소녀이고 싶다”
  • 이경관기자
“그림 그리는 순간, 언제나 소녀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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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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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 30일까지 포항명작갤러리 ‘영일만 풍경-만선의 꿈展’
▲ 김은숙 작가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영일만의 맑은 물 속에서 파도를 타며 놀았던 소녀가 있다.
 그 소녀는 어른이 돼 ‘삶’이 곧 ‘놀이’였던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붓을 놀린다. 그 붓이 가는 길에는 소녀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과 태초에 인간 역사와 함께해왔던 주술적 표현이 깃들어져 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 언제나 소녀이고 싶다는 김은숙 작가.
 김 작가는 늦게 시작했지만 ‘꿈’이 있기에 그 누구보다 치열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오는 30일까지 포항 명작갤러리에서 ‘영일만 풍경-만선의 꿈展’을 열고 있는 김은숙 작가를 최근 갤러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근 근황과 활동은.
 작품활동과 귀농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작업량이 많은 편이다. 궁금증이 많아, 매번 내 뜻대로 해봐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붓을 놀리며 그 붓이 이끄는 길을 따라 가는 편이라, 작업량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귀농을 준비한다는데 이유가 있나.
 비릿하면서 짭짤한 바닷내음 맡고 자라서 그런지 옛날부터 시골을 좋아했다.
 나를 품어줄 것 같은 바다와 항상 자신을 내어주는 땅을 보며 평안함을 얻어왔다.
 귀농을 위해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내 작품의 근원인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품 또한 대자연 속에서 마냥 행복하기만했던 어린시절로의 회귀를 노래하고 있다.

 

-이번 전시 타이틀이 ‘영일만 풍경-만선의 꿈展’이다. 그 이유는.
 그림 속 대부분의 풍경은 내가 어릴 적 봤던 기억의 풍경 중 일부다.
 물 속에서 봤던 어장 그물에 가득 붙어 있는 파래의 압도적인 분위기와 모래에서 말리던 곤쟁이떼는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빛과 만나 잊지 못할 찬란한 풍경이었다. 그 영일만 풍경과 함께 그때 그 시절, 행운을 상징하던 ‘만선’을 통해 꿈과 희망을 표현하고자 ‘영일만 풍경-만선의 꿈展’이라 지었다.
 현재 ‘만선’을 만나보기는 정말 어렵게 됐다. 만선은 쉬이 만나볼 수 없어 꿈이 돼 버렸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은 꿈이 아닌, 지금의 행복의 만선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늦은 나이에 미술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어린시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학창시절 내 그림은 언제나 뒷 게시판에 걸렸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었다.
 그림 그리는 내 모습을 본 아버지께서 “나중에 화가되어라”는 말씀에 내 길은 그림인줄 알았다.
 그러나 그림을 전공하고, 그것을 업으로 삼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집안 형편상 미대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렇게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엄마로 반 평생을 살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 취미로 그림을 시작했고, 다시 붓을 쥐자 그림에 대한 열정과 스멀스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저 꿈을 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이루고 싶어 뒤늦게 미대에 진학했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작업을 이어갔지만, 늦게 시작했기에 기회는 쉬이 오지 않았다.
 작업에 열중하던 때 “잘 배우고, 잘 버리고 와라”는 스승의 말에 작업의 방향이 정해졌다.
 4년 대학생활에서 그림에 대한 열정과 배움에 대한 갈급함 역시 깊어졌다.
 그때 아들아이가 홍익대 미대 대학원 진학을 권유해 용기를 내봤고 그렇게 나는 늦은 나이에 홍대생이 돼 젊은 청춘들과 서울에서 열정을 다해 그림을 그렸다.

▲ 김은숙作.

 -작품 대부분이 반구대 암각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다.
 어린시절 바닷가 근처 살면서 늘 호기심이 많았다.
 ‘바다에는 어떤 물고기가 살까’부터 바다의 크기, 깊이, 빛깔, 냄새 등 모든 것이 궁금했다. 그 궁금한 것을 직접 몸을 담가 수영하며 느꼈다.
 내게 바다는 친구였다.
 그 바다를 벗삼아 놀던 때, 수 많은 물고기떼를 봤다. 그때의 추억은 내게 아주 아름다운 한 순간으로 기억돼 있다. 그러다 우연히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를 보게 됐고 그것에 매료됐다.
 반반하고 매끈거리는 병풍 같은 바위 면에 그려진 고래와 거북, 물고기, 어부의 모습 등은 어린시절 내가 본 풍경과 이어졌다.
 그때부터 암각화의 수중동물과 선적 이미지를 차용해 어린시절 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과 반구대 암각화의 주술적 표현이 만나, 그 어떤 깊은 삶의 철학을 풀어내기도 한다.
 암각화의 단순화된 이미지는 내 기억 속 추억과 맞물려 자유롭게 그림 속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물고기 등 수중동물의 형태를 단순하고 함축적으로 묘사하고 바다 물결을 다양한 선으로 표현해 몽환적이면서 추상적으로 담아낸다. 그런 이미지는 이젠, 나를 상징하는 유일한 은유가 됐다.
 -어린시절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는 내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이 행복해지고, 즐거움을 느꼈으면 한다. 힘든 일상의 작은 위로, 힐링을 전하고 싶다.
 누구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 아련하고 행복한 미소가 떠오르지 않나. 그때의 추억을 통해 순수했던 때를 선물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귀농해서 땅이 주는 정서적 안정으로 어린시절 순수했던 나로 돌아가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작은 미술관을 운영해 나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전시 기회가 없는 지역 예술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고 싶다. 그 곳이 내게도 다른 이들에게도 놀이터가 됐으면 한다.
 또 작품활동에 더욱 집중하고 싶다.
 당분간 지금 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 같다.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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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원 2018-04-24 16:06:40
가까이에서 유명인사의 작품을 감상하면서도 제가 무지하여 그 가치를 몰랐네요.
앞으로 보다 큰 관심으로 김작가님의 작품세계에 빠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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