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비디오크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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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비디오크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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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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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 뉴스1]  보통 사람들이 세상을 구경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영화를 보는 것이다. 제리 브룩하이머가 말했듯이 영화 제작자들의 임무는 관객을 여기저기로 데려다 주는 것이다. 대형 화면으로 우리는 로마도 가보고 이집트도 가본다. 평생 가볼 수 없을 항공모함 내부나 우주선 발사광경도 가까이서 본다.
 영화보다 더 구석구석 세상을 비춰 주는 것이 유튜브에 올라오는 비디오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각종 사건사고 실제 영상도 본다. 차가 사소한 말썽을 일으키면 고치는 법을 유튜브에서 찾는다. 구글 서버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구경시켜준다. 내 전화기에서다. 싸이를 월드스타로 만들어 준 것도 유튜브다. ‘강남 스타일’은 역대 재생 순위 4위다.
 음질도 탁월해서 고전음악도 유튜브로 보면서 듣는다. 우크라이나 출신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가 유튜브 출신으로 유명하다. 피아니스트로 잘 풀리지 않아 포기하고 우체국에 취직하러 갔다가 유튜브를 본 담당 직원이 알아보고 음악을 계속하라고 권했다 한다. 유튜브 오케스트라 사례처럼 재능있는 많은 신세대가 유튜브를 통해 세상에 나온다.
 방탄소년단을 세계 최고로 만든 신세대들이 유튜브 세대다. 이 세대는 네이버 검색을 하지 않고 유튜브 검색을 한다. 일기를 영상으로 유튜브에 써서 공유한다. 한국 안드로이드에 의하면 10대들은 작년 11월 유튜브 앱을 1억3천만 시간 썼다. 카톡이 4300만이었고 페이스북과 네이버는 각각 3300만, 2300백만이다.
 50대인 나도 네이버와 구글 다음으로 유튜브다. 뉴스나 정보보다는 좋아하는 영화의 명장면과 탈런트 쇼(BGT, AGT) 클립을 주로 본다. 글 쓸 때 자료 조사도 유튜브다. 특히 사람에 대해 알려면 그 사람을 만나봐야 하는데 내가 아마존의 베조스나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유튜브 인터뷰 영상들이 가장 좋은 자료다.
 영화는 돈이 있어야 만들 수 있지만 유튜브는 큰 비용없이 제작한 영상을 누구나 인터넷에 올려 공유하게 한다. 정부와 대기업들도 유튜브를 활용한다. 뉴스매체들과 게임회사들도 이제는 유튜브 공급자다. 유튜브 영상 제작자는 수익공유 프로그램에 따라 수입을올린다. 상위 500명은 연 10만 달러 이상을 번다.

 유튜브는 페이팔 출신들이 2005년에 만들었다. 자기 동네 피자가게 2층이었다. 창업자 중 한 사람이 동물원에 간 비디오가 1호 영상으로 올라갔다. 창업한지 불과 1년 반 만에 약 2조원에 구글에 매각했다. 현금 아닌 구글 주식으로 받았다. 이제 분당 400시간 분량의 비디오가 업로드되고 매일 10억 시간 분량의 비디오가 재생된다. 알렉사 랭킹에 따르면 유튜브는 구글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웹 트래픽이 있는 사이트다. 3위는 페이스북.
 사이트 주소 www.youtube.comwww.utube.com과 헛갈린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유튜브를 찾으러 후자에 자꾸 들어갔는데 그 때문에 로드가 늘어나 사이트가 종종 마비되었다. 유튜브보다 10년 먼저 만들어진 그 주인(Universal Tube)은 직원 17명인 작은 기계설비 회사다. 사이트 관리비용이 치솟자 화가 나서 소송을 제기했다. 다섯번이나 이사를 했는데도 2006년 8월에 쓸데없는 6천8백만 클릭이 들어와 결국 다운되었다.
 2010년 말에 촉발되었던 ‘아랍의 봄’은 ‘디지털 데모크라시’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세월이 흘러 이제는 유튜브가 ‘비디오크라시’를 만들었다. 사실 이 말은 이탈리아의 미디어 황제 베를루스코니가 처음 총리에 당선되었을 때 생긴 것이다. 동영상의 이미지가 유권자들의 정치적 결정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초기에는 TV 영상이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처음으로 TV를 정치에 활용했었다.
 중국은 유튜브가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콘텐츠를 임의로 차단한다고 보아 2009년부터 봉쇄했고 몇몇 나라들은 선거 기간에 유튜브를 봉쇄하기도 한다. 필리핀에서는 선거일과 그 전날 슈퍼마켓에서 술을 팔지 못하게 한다. 유튜브도 술과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의 아이폰 사용자 수가 미국 다음으로 많다는 데 착안해서 아이폰에 최적화된 중국어판을 출범시켰다. 중국 정부는 유튜브가 뉴욕 타임스보다 더 껄끄러운 것 같다.
 회원정보 유출과 러시아의 지난 미국대선 개입 문제로 페이스북의 저커버그가 여러 곳에 불려다니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유튜브 영상을 보면 미디어를 규제하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규제하는 대상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인상을 준다.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의원이 페이스북을 비판하는 식이다. 황당한 질문이 나오면 저커버그도 난처해 한다. 신세대는 전화기로 그런 장면을 보면서 ‘빵터졌’을 것이다. 신세대에게 이보다 더 좋은 민주주의 학습이 없다.
 사실 이 칼럼은 보통의 40대 이상 독자를 위한 것이다. 신세대들한테는 다 아는 얘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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