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이번 6·13 지방선거를 한마디로 말하면 보수의 궤멸이라 할 수 있다. 전국 어디에서도 민주당 광풍(狂風)이 불지 않은 곳이 없었다. 민선으로 시·도지사를 선출한 1995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민주당 계열 후보의 입성을 허용하지 않았던 부산, 울산, 경남 광역단체장을 민주당이 싹쓸이 한 것만 봐도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바람이 얼마나 거세었는지 잘 알 수 있다.
대구·경북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민주당 임대윤 후보는 40% 가까이 득표해 한국당 권영진 당선자(53.7%)에 아깝게 패했으며, 민주당 오중기 경북도지사 후보도 34.3%를 얻어 이철우 당선자(52.1%)를 위협했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진보정당이 이처럼 선전한 것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던 일이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생가가 있는 구미에서는 표심이 더욱 요동을 쳤다. 민주당이 시장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한 데 이어 시의원에 출마한 후보 7명도 전원 당선됐다.
경북 정치 1번지이자 보수텃밭 대표주자격인 포항도 민주당 광풍이 불어닥쳤다. 비록 단체장 선거에서는 아깝게 고배를 마셨지만 광역의원 2명, 기초의원 8명, 비례대표 2명을 배출하는 전과를 올렸다.
민주당이 이렇게 압승을 한 배경에는 ‘문재인 후광 효과’가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한반도 화해, 평화 분위기를 4·27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진보는 물론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까지 지지세를 확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리더십 부재도 여당 압승으로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박근헤 정부 실패에 큰 책임이 있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탄핵사태 이후 반성의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당 대표가 연일 막말을 쏟아내며 민심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여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홍 전 대표는 선거기간 동안 내내 언론 여론조사를 ‘여론 왜곡’이라며 여당 압승 전망에 대해 손사래를 쳤지만 선거결과는 홍 전 대표의 바람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오죽하면 자당(自黨)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유세를 기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겠는가. 남들은 다 웃을 일인데 홍 전 대표만 모르고 있었으니 장수의 아집과 독선이 이쯤되면 필패(必敗)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민주당 또한 승리에 도취될 일만은 아니다. 비록 전대미문의 압승을 거두긴 했지만 그것은 여당이 잘해서라기보다 문 대통령 낙수효과와 야당의 존재감 부족으로 인한 바가 크다. “1번도 찍기 싫지만 2번은 더 찍기 싫어 1번을 찍었다”는 한 유권자의 하소연 속에 지금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는 반드시 버림을 받게 된다. 지금은 그 책임의 균형추가 보수로 기울어져 철퇴를 맞긴 했지만 그것이 진보로 다시 움직이는 것은 시간문제다. 만약 여당이 자만에 빠져 야당과의 협치를 무시하고 일방통행식으로 국정운영을 밀어붙인다면 2년 후 총선에선 이번 지방선거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 다음날인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결코 자만하거나 안일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하겠다”며 “다시 한 번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권 모두 압승 분위기에 들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낮은 자세를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만약 대통령의 이 발언을 깊은 새겨 실천하지 않는다면 여당은 다가올 총·대선에서 역풍(逆風)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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