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을 내 심장과 바꿀 수 있기를”
  • 이경관기자
“너의 눈을 내 심장과 바꿀 수 있기를”
  • 이경관기자
  • 승인 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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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경 작가 청소년소설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사랑’은 우리의 삶을 관통한다.
 사랑은 보이지 않지만 보이고, 들리지 않으나 들린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기적’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연인간의 사랑부터 가족, 친구까지.
 인간의 삶은 수많은 관계가 만드는 사랑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수히 이어지는 사랑 가운데 가장 깊고 큰 사랑은 무엇일까.
 바로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 아닐까.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최미경 작가의 최신 청소년소설 ‘너의 눈을 내 심장과 바꿀 수 있기를’은 그런 기적과 같은 사랑의 이야기다.
 “너의 눈을 내 심장과 바꿀 수 있기를”(111쪽)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이 문장은 소설의 주인공 영이 엄마의 소원이다.
 그런 동시에 작가 스스로 하늘에 계신 엄마에게 보내는 용서이자, 자신의 자식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다.
 4년 전 암으로 엄마를 떠나보냈다는 최 작가는 “엄마의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할 수는 있다는 의사의 말에 엄마를 위해 써야하는 그 비용을 내 세 아이들에게 들여야 하는 비용과 견주었었다”며 “병원을 나와 엄마에게 “우리 애들이랑 나 좀 살자, 엄마.”라는 말을 내뱉고 그런 내 자신이 너무나 한스러웠다. 내가 아팠다면 엄마는 또 어땠을까. 나를 살릴 수만 있다면 엄마는 자기 심장이라도 떼어냈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이제 없지만 다른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은 엄마에 대한 내 미안함을 풀어내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고백했다.
 ‘너의 눈을 내 심장과 바꿀 수 있기를’은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가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희귀병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중학교 1학년 영이의 이야기다.

 영이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엄마와 함께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병원 앞뜰에서 노란 달을 품고 있는 듯한 꽃마리를 보게 된다. 꽃마리를 보며 영이와 엄마는 소원을 빈다. 영이의 시력의 점점 나빠져 대부분 보이지 않게 되지만, 병원 앞뜰에서 봤던 꽃마리가 자꾸 보인다.
 만지려 해도 만져지지 않던 눈앞의 꽃에서 구멍이 열리더니 하얀 귀를 가진 누군가가 은빛 사다리를 내렸고, 영이는 하얀 귀를 따라 꽃마리 안으로 들어간다.
 “슬픔은 모든 이들의 벗이라며.”(63쪽)
 그곳의 주인은 사람인지 천사인지 확실치 않은 ‘라스’다.
 그곳은 라스의 생각에 따라 모든 것이 이뤄지는 세상에 없는 세계, 라스의 세계였다.
 혼자이기를 바랐던 라스는 결국 외로워 류를 만들었고, 그런 류는 외로워 또 다른 류를 만들었다. 라스의 세계로 들어간 영은 그곳에서 눈물로 달리는 ‘눈물열차’를 타며 사람들 앞에서 울지 못했던 눈물을 왈칵 쏟아내기도 하고, 관계 속에서 느끼는 고독을 피해 아무도 보이지 않는 ‘안개의 숲’에 홀로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한다.
 영은 그곳에서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다친 마음을 다독인다.
 그리고 영은 자신을 라스의 세계로 초대했던 그림자 전보의 내용이 엄마의 소원이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작가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쓴 소설이기 때문일까.
 눈 수술을 앞두고 환상의 세계에 들어가 겪게 되는 주인공 영이의 그 여정 속에, ‘나’를 또 나를 사랑하는 ‘너’를 그렇기에 ‘우리’일 수밖에 없는 그 끈질긴 사랑의 기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일종의 성장 소설이며 판타지 소설이다. 라스의 세계는 어쩌면 ‘어린왕자’가 살던 그 소행성 b612가 아니었을까.
 어린왕자가 여우와 장미를 길들였듯, 라스 역시 영의 마음을 다독이고, 그의 마음을 읽어준 것이 아닐까.
 최미경 작가는 “엄마에 대한 내 미안함을 풀어내는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에서 도리어 위로를 받았다”며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사라지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영원할 수 있을까에 대해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 마지막 문장을 쓰며 그것의 해답의 실마리를 조금은 찾은 것 같다. 그것은 ‘사랑’이 아닐까. 사랑 속에서 사라지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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