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집회’ 부작용 탓 시민들 시선 부정적
[경북도민일보 = 뉴스1] “귀찮고 번거롭기도 하고, 태극기를 게양하느냐 여부로 크게 달라지는 걸 느낀 적이 없다.”
최근 일주일간 뉴스1이 태극기에 대한 의식 관련 설문조사에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는 이유로 적힌 답변 중 하나다.
20년 전만해도 각 초등학교, 관공서 등에서 국경일에 맞춰 국기 게양을 알렸고, 태극기가 휘날리는 주택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한 학부모는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학교에서 비가 내리면 (태극기를) 바로 걷고, 현충일엔 깃봉에서 태극기의 세로 길이만큼 내리는 ‘조기’(弔旗)를 달아야한다는 교육도 했었는데, 지금 첫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교육은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국기 게양에 대해 전혀 무지한 상태는 아니었다. 응답자 절반 이상(54.5%)이 국기게양일을 알고 있지만, 게양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태극기가 예전만 못한 대접을 받게 된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에 있었던 ‘태극기 집회’ 탓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태극기 집회’가 태극기의 상징성과 이미지를 실추시킨 탓에 태극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무관심을 넘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얘기다.
설문조사에서도 광복절에 태극기를 걸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람한 사람 중 68%가 태극기 집회로 인해 태극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응답했다.
태극기를 들면 특정 정치세력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도 부작용 중 하나다. 강모씨(31·남)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분노’하는 박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스스로를 ‘태극기 부대’라고 지칭하고, 자신들이 여는 집회를 ‘태극기 집회’라고 불렀다는 점이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며 “일각에서는 태극기를 조롱의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덩달아 개인뿐 아니라 기업들의 ‘태극기 마케팅’도 실종됐다. 몇년 전만 해도, 삼일절·광복절 등 국경일엔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건물 외부에 대형 태극기를 걸었다. 지난 2015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초대형 태극기는 화제가 된 바 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관계자는 “태극기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올해 삼일절과 현충일에 태극기 게양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걸 체감했다”며 “이제는 이미지만으로 태극기를 판단해선 안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국기 게양을 독려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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