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세 英방산업체 적대적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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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세 英방산업체 적대적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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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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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 뉴스1] 영국 사람들은 1759년을 기적의 해(Annus Mirabilis)라고 부른다. 프랑스가 주적이었던 7년 전쟁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처칠이 ‘18세기의 세계대전’이라고 불렀던 7년 전쟁은 유럽, 아메리카, 서아프리카, 인도, 필리핀까지 걸친 큰 전쟁이었다.
영국박물관도 같은 해에 세워졌고 1차 산업혁명의 태동기 중이었으니 1759년은 영국으로서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다. 우리는 조선 영조 때다.
GKN(구 Guest, Keen and Nettlefolds)은 바로 이 해에 창업했다. 출발 시에 제철, 제강 기업이었는데 그 후 수많은 M&A를 통해 성장했고 그에 따라 사업이 다각화됐다. 2차 대전 때는 독일의 공습으로 생산시설들이 거의 다 파괴되었었다. 지금은 전세계에 약 5만6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다국적 기계·자동차·항공기 제조 회사다.
올해 영국에서는 저성과, 저평가 기업의 인수를 전문으로 하는 멜로즈(Melrose Industries)가 바로 이 GKN을 81억 파운드(약 11조7900억원)에 적대적으로 인수했다.
투자전문회사의 유서 깊은 기계제작회사 적대적 인수여서 ‘파인낸셜 엔지니어링과 리얼 엔지니어링 사이의 싸움’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멜로즈는 GKN의 인수에 14억 파운드(약 2조300억원)의 차입금을 사용하고자 했는데 인수에 성공하면 주주들에게 선물이 되는 돈이었다. 그 돈은 회사의 부채로 잡힌다. 즉, 투자와 연금 지불에 사용될 돈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또 멜로즈는 일부 사업을 분할해서 매각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그로부터 세금과 비용을 절약하게 되면 생기는 약 3억 파운드(약 4360억원)를 경영진이 보너스로 나누어 가질 생각이었다.
적대적 M&A는 근로자들을 포함한 해당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불이익을 발생시키고 양사 주주들과 투자은행들에게만 이익이 준다는 시각이 있다. 특히 재무적 인수자가 회사 인수 후 과격한 구조조정을 하거나 자산 처분을 계획하는 경우 더 첨예한 대립을 발생시킨다. 이는 정치적인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맥락에서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는 2016년에 보수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적대적 M&A에 대해 과감한 규제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도 있다.
GKN의 노조가 멜로즈의 인수 시도에 강력히 브레이크를 걸면서 정부에 이 문제를 의뢰했다. 영국 정부는 특정 M&A가 공익에 반하거나 특히 국가안보에 문제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는 경우 개입할 수 있다. GKN은 방위산업체이기도 하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부품도 생산한다.
영국의 노동계는 메이 총리의 종전 발언을 들면서 영국의 제도가 적대적 M&A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의 제도는 자본시장을 잘 아는 사람들을 우대하고 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들을 홀대한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회계법인, 로펌들이 지난 30년 동안 적대적 M&A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노동계는 금융과 서비스업에 대비해 제조업이 위축되는 것은 영국에서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노동계와 야당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멜로즈가 GKN 인수 후 국가안보 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국방부와의 협의를 통해 만족스럽게 해결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 M&A에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멜로즈는 GKN의 사업 중 국가안보에 관련되는 사업을 매각할 경우 정부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
GKN 주주의 88.5%가 멜로즈의 GKN 인수에 찬성했다. 260년 동안 영국의 역사와 함께한 유수의 제조업체가 적대적 M&A로 새 주인이 된 투자전문회사의 손에서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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