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거칠수록 뿌리가 깊어져야 한다
  • 손경호기자
바람이 거칠수록 뿌리가 깊어져야 한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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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경북도민일보 = 손경호기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니 꽃 좋고 열매가 많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제2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요즘 자유한국당을 보고 있으면 이 구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뿌리가 병들어 있다는 생각에서다.
한국당은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참패했다. 하지만 여전히 좌충우돌하며 지지율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달 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 원인과 대응방안과 관련한 연구용역 선거보고서 ‘한국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자유한국당의 선거 패배와 지지율 하락 원인을 분석한 내용이다.
보고서는 보수정당의 침체와 위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한국당의 침체와 위기를 ‘촛불정국과 대통령 탄핵을 통해 발생한 단기적인 부침이 아니라, 지난 10년 집권에 대한 국민의 냉엄한 평가’로 분석했다. 나아가 ‘소속 정치인들의 잦은 실언과 실수 반복’, ‘핵심 지지자를 제외한 국민은 한국당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조차 철회’, ‘국민의 현실 인식과 한국당의 현실 인식 간 괴리’ 등을 한국당의 침체와 위기 이유로 꼽았다.
이로 인해 유권자들은 한국당이 무슨 말을 해도 들으려 하지도, 믿으려 하지도 않는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이다.
보수정당의 재건 해법은 백가쟁명식으로 많은 내용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지금 보이는 한국당의 모습은 개인적으로 보수정당의 재건하고는 거리가 멀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우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활동 기간이 너무 길다. 비대위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공천권도 없고, 얼마 안 있으면 사라질 비대위가 오래 존속한다는 것은 기업의 법정관리가 오래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당은 야당이라는 점에서 조속히 전당대회를 치러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고, 당대표 중심으로 대여투쟁(對與鬪爭) 및 총선 체제로 전환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비대위와 조직강화특위의 미숙함도 마찬가지다. ‘십고초려’로 화려하게 등장한 전원책 전 조직강화특위 위원의 ‘문자 해고’ 논란은 한국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전 전(前) 조강특위 위원의 해고를 문제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강특위가 무슨 ‘전가의 보도’를 가진 것 마냥 ‘2월 전대 연기론’으로 당내 분란을 일으키고, ‘험지출마’, ‘전대 출마불가’ 등 시시콜콜하게 월권을 자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 조강특위의 임무인 조직위원장 인선을 넘어 태극기부대를 포함한 보수통합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 비대위원은 친박·탈당파의 원내대표 출마 불가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한국당은 선거 실패에 대처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한국당은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서울과 경기지역 출신으로 포진시켰다. 결과는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처럼 수도권 전멸이었다. 원내대표가 서울지역 국회의원이니까 서울사람들이 한국당을 찍고, 정책위의장이 경기도지역 국회의원이니까 경기도 사람들이 한국당을 찍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시는 이런 저능아 수준의 정치구도를 탈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의 머릿속에 만약 이 같은 탈(脫) 영남을 통한 수도권 지지율 확보 전략이 있다면 하루속히 지워버려야 한다. 한국당은 선거때마다 영남권을 죽여(물갈이) 수도권을 살리는 전략을 취했다. 결과는 계속 쪼그라들었을 뿐이다.
12월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구·경북 주자로는 강석호 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영남에서도 고전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겨우 대구·경북에서만 당선되며 체면치레를 했다. 진보의 바람이 불때마다 보수의 뿌리를 잘라낸 댓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바람이 거칠수록 뿌리가 깊어져야 한다. 그래야 바람이 잦아들 때 좋은 꽃과 많은 열매를 거둘 수 있다. 한국당이 수도권에 구애하겠다고 TK를 버릴지, 실지(失地)를 회복하기 위해 TK를 중심으로 나갈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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