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언어로 담은 ‘경계 너머의 세계’
  • 이경관기자
미술언어로 담은 ‘경계 너머의 세계’
  • 이경관기자
  • 승인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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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3월 31일까지 기획전시
김성룡 작가 ‘흔적-비실체성展’ 마련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봉산문화회관은 17일부터 3월31일까지 기획전시 ‘김성룡, 흔적-비실체성展’을 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봉산문화회관의 기획전시 시리즈인 ‘기억공작소’의 2019년 첫 번째 전시다. 기억공작소는 예술을 통해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해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은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를 대표해 활발한 작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성룡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동시에 나의 생의 사건을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의 작품의 이미지 자체로 예사롭지 않다. 전시장 입구의 천장 높이 벽면에 걸린 어두운 색 부엉이 그림 ‘새벽’부터 ‘바농오름-깊은 잠’, ‘숲의 사람’, ‘섯알오름’, ‘반 고흐의 숲 2’ 등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 가지가지마다 강렬하다.
 석류와 표범이 그려진 ‘섯알오름’은 제주 4·3 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민간인 학살터에서 풍기는 비극적인 현대사의 서기 흔적과 더불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헤매며 어슬렁거리는 표범의 흔적으로 비유하여 그 넋의 비실체성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바농오름-깊은잠’은 숲의 정령과 기운을 간직한 흔적들과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매의 자태를 통하여 비실체성을 드러낸다.
 볼펜 선으로 그린 ‘숲의 사람’, ‘고흐의 숲’, ‘소년’ 등은 최소한 수만 번의 선을 그었던 편집증적인 신체 행위의 응집력을 통하여 회화적 성과를 넘어선, 인간 영혼이 연계하는 비실체성을 담아 날것의 이미지로 신체화 하려는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고흐의 숲’ 연작은 순수 영혼으로서 인간 고흐와 그의 회화에 대한 경외심을 중심으로 정형화된 회화의 경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역사의 축으로 재편했던 비실체적인 힘에 관한 탐구의 흔적들이다.
 숲의 기묘한 징후들을 감성과 이성으로, 다시 초이성적으로 드러내려는 이번 전시, ‘흔적-비실체성’에서 김성룡의 미술행위는 공간의 틈새마다 느껴지는 푸른 공기의 흐름처럼 작가의 시선 속에 포착되어진 역사적, 신화적, 현재적으로 감도는 정령의 숨결 같은 대상들과의 조우로서 작동한다.
 이 회화들은 비실체성, 정령, 기운 등을 온몸으로 전율하게 하는 구조로서 김성룡이 생각하는 리얼리즘 혹은 초이성적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대미술이다.
 김성룡은 필기구인 유성 볼펜을 이용해 형상 이미지를 정밀하게 그려낸다. 그가 그려낸 세계는 현실이라는 리얼리티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슬픔, 공포, 죽음, 어둠의 색채들로 구성된 회화들이 기쁨, 환희, 삶, 빛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김성룡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지금 내 눈앞에 놓여있는 그 형태를 본다는, 시선의 완고한 정신적 비물질적 의미는 시선을 존재론적 사유의 비실체적 세계의 경계 너머까지 걷게 하는 것”이라며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그림들은 산 것과 죽은 것, 실체와 비실체의 몽환적 경계 상태에서 걷는 행위의 ‘흔적’을 통과하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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