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질로 켜켜이 쌓아올린 靑山
  • 이경관기자
붓질로 켜켜이 쌓아올린 靑山
  • 이경관기자
  • 승인 20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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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갤러리선제, 31일까지
청년작가프로젝트 일환
조원득 작가 개인전 ‘청산’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칠곡에 소재한 갤러리선제는 ‘2019 갤러리선제 청년작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원득 개인전 ‘청산(靑山)展’을 오는 31일까지 연다.
 갤러리선제의 청년작가프로젝트는 매년 전도유망하고, 관람객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청년작가를 선정해 전시를 여는 갤러리선제 특별기획전이다.
 모든 작가들은 청년작가 시절에 인생에서 가장 집요하게 자아를 탐색하는 과정을 거친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해 작가로서의 삶을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떤 소재에 담아낼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한다.
 이번에 초청된 조원득 작가의 경우 그 과정은 더욱 고통스러웠다. 흔히 평범이라고 말하는 기준이 그의 기대보다 평범한 수준은 아니었으며, 항상 곁의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他人)의 평가는 달랐고,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와 현실의 자아간 괴리는 인정하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가족을 따라 선산읍이라는 시골로 이사를 가며 그의 괴로움은 더욱 심해졌다. 도심에 사는 친구들에 비해 뒤처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더욱 근사한 사람, 현대 미술다운 미술을 하는 예술가로 자신을 포장하기에 급급했다. 그런 그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산을, 반복과 지루함의 대리물로 증오했다. 그렇게 외면하기만 삶을 살아내기 위해 반복해야 하는 작업과 행위들을 인생에서 지워버릴 수는 없으므로 차라리 내려놓는 연습을 시작한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변화와 가능성을 발견하려 노력했다.
 무수히 많은 나무들이 한그루 모여 이루어진 산이라는 거대한 존재는 얼핏 보기에는 큰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았지만, 그 속의 나무들은 계절에 따라 다른 옷을 입으며,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며, 산이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이다.
 반복과 지속에서 변화를 찾을 수 있었고, 그도 그의 지겹기만 했던 삶에서 다른 의미를 찾게 되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해내는 자신이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되려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 그리고 일상은 지루함의 반복이 아니라 새로움이고 가능성이라는 깨달음이다. 그가 섬세한 붓질로 나무를 그리며 산을 쌓아가는 과정은 이제 반복일 뿐만 아니라 변화다. 무의미한 행동이 아니라 그를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다.
 조원득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나의 작업은 일종의 장인 정신에 가깝다. 하나의 붓질에 시간을 담아 쌓아 올리는 작업은 무수히 많은 시간들과 노동을 담고 있다. 하루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려 노력하는 중이고,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무의미할지도 모르는 행위의 반복을 견뎌내고 있다”고 밝혔다.
 조원득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다. 삶을 살아내기가 지치고 지겹고 무의미하다 느낄 수 있지만, 그런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며 또 하루를 살아나가고 있다. 작가는 그러나 관람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며 자신과는 다른 의미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의 산이 자신에게 삶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었듯, 각자 자신만의 생각과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작품을 통해 오늘의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내일의 내가 느끼는 감정과 다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갤러리선제 박선제 디렉터는 “조원득 작가는 내려놓으니 비로소 품을 수 있다고 말한다”며 “봄은 왔지만 미세먼지의 여파로 맑음과 푸름을 느낄 수 없는 요즘 갤러리선제에서 가장 먼저 푸른 산을 만끽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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