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가사, 여성 글쓰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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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가사, 여성 글쓰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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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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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안동 여성 중심으로
전승된 영남지역의 전통 문학
유교이념 따라 여성의 역할에
가혹했던 시대상과 삶의 모습
안주인 기운과 풍모 고스란히
전승·보존·문학적 위상 제고
지자체 차원서 함께 고민해야

[경북도민일보] 내방가사는 주로 조선시대 양반가 여성들이 그들만의 삶과 정서를 한글로 읊고 표현한 가사를 일컫는다. 남성 중심의 조선사회에서 여성들이 그들의 언어와 생활을 생생하게 기록했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유산이자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어릴적 총기많은 이웃집 할머니가 돋보기 걸치고 문종이에 둘둘말아 펼쳐가면서 초성좋게 줄줄 읽어 내려가면 옆에 계신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 끄덕하다가 때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 난다.
유교이념에 따라 성별의 역할이 강조되던 조선시대 여성은 가족 내의 질서를 강화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미덕으로 강조됐다. 여성에게 가혹하리만큼 엄격했던 전통적 인습은 교육에까지 차별을 두어 여성은‘內訓’,‘列女傳’등 여성이 지켜야 할 규범에 대해서 주로 교육받을 수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이 바로 내방가사이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담아 가사를 짓고, 베끼고, 낭송하고 또 시집갈 때 품에 넣어 가 교환하기도 했다. 가사를 새로 접하게 되면 또 필사와 낭송의 과정을 반복했다. 필사와 낭송의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내방가사는 공동체와 통혼권을 넘어 확산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하여 내방가사가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유통됐던 문학 양식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내방가사는 영남지역 특히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된 영남의 문학이다. 즉 영남지역 사대부가 여성이 주요 창작자이자 향유와 전승의 중심이었다. 조선후기에 이르면 남성과 서민에 이르기까지 성별과 계층을 아울러 폭넓게 향유되기도 했지만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발흥되고 향유되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내방가사가 영남지역 여성을 중심으로 향유되고 전승된 까닭에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지금까지 지역 혹은 지방만의 문학으로 홀대받은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지역을 한정해 또 성별을 한정해 비교적 좁은 범위 내에서 유통된 까닭에 내방가사는 오히려 현재까지도 전통적 모습을 그대로 온존하게 유지하고 있다. 1997년 다행히도 우리 안동지역에 내방가사전승보존회가 꾸려진 이후 안동문화원에서 지금까지 매년 내방가사경창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당시 안동시에서는 여성민속한마당 행사를 민속박물관 팔각정에서 단오절을 기해 처음 전국대회를 시작해 올해로 22회째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곳에서 새로운 작품이 창작·발표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낭송되며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지역에서 또 여성이 중심이 되어 전통적인 문학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개인과 단체에 전승의 무거운 짐을 지울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방가사는 어느 것 하나 과함이 없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만 그래도 좌절하지는 않도록 오랜만의 바깥나들이와 꽃놀이의 풍류는 담을지라도 흥에 취해 통속적으로 흘러가지는 않도록 생각과 정서를 다듬어 간다. 힘든 세월과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내는 안주인의 기운과 풍모가 느껴진다. 베껴 적는 이는 필사의 과정에서 이러한 모습을 또 스스로 익히고 배워나간다. 단순히 하나의 작품이 베껴지고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여성들은 문학하는 법과 여성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내 말하는 것이 금기시 되던 남성 중심의 조선조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로 여성의 삶을 기록한 내방가사는 단순히 하나의 문예 현상이 아니다. 문예적 가치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여성의 정신을 가장 여실히 드러내준다는 측면에서 내방가사는 그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해야 할 중요한 문학 양식으로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앞으로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추진을 준비하고 나아가 고령화로 인항 젊은 여성후계자 양성과 아카데미 강좌신설 그리고 별도 전수회관 건립과 사기앙양 등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것이다. 권영길 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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