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자동차의 복수의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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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자동차의 복수의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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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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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상장 대기업인 포드에서 가족들이 다수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복수의결권제도 때문이다. 약 86인인 포드 가족은 2% 남짓한 지분으로 의결권의 40%를 행사한다.
포드는 1956년에 기업을 공개하면서 A형 주(Class A Stock)와 B형 주(Class B Stock) 두 종류의 주식을 발행했다. B형 주는 복수의결권을 가지며 정관의 규정에 따라 의결권의 수가 정해지는데 보통주가 1개의 의결권을 갖는 데 비해 16.561개의 의결권을 가진다. 포드 가족 구성원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다.
현재 포드 이사회 의장인 빌 포드가 가장 많은 B형 주식을 가진다. 810만 주 정도다. 2013년에 다른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370만 주를 넘겨받았다. 빌 포드의 지분은 총 7100만 주의 B형 주식 중 11.5%에 해당한다.
기업공개 시에 포드 가족의 지분은 약 12%, 의결권의 40%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희석되었다. 특히 2000년에 단행된 자본구조 조정에서 가족지분이 3.9%까지 떨어졌다. 당시 100억 달러의 특별배당금이 지급되었고 6억 주의 신주가 발행되었다. 물론 포드 가족의 의결권은 건재하다.
한때 복수의결권제도를 폐기하자는 주주제안이 들어왔는데 포드는 포드의 가족기업 속성이 다른 주주들과 회사에도 도움이 되어왔으며 포드가족은 지속적으로 회사에 모든 것을 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사실 이 말은 허언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포드 가족은 똘똘 뭉쳐 GM이나 크라이슬러와 달리 정부 지원 없이 회사를 살려냈다.

오너 회사들은 오너의 지분유지 문제 때문에 회사의 재무관리에서 다양한 제약을 받는다. 좋은 기회가 와도 오너 지분에 좋지 않으면 포기해야 한다. 복수의결권제도는 오너로 하여금 지분희석에 따르는 경영권 상실 우려없이 필요한 유상증자를 할 수 있게 한다. 일반 주주들은 불만을 품을 수 있지만 회사의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상황을 복기해 보면 포드는 모든 것을 걸었던 가족들의 집중력으로 주주들이 지분 희석을 당하는 데 그쳤지만 주인이 없었던 GM과 크라이슬러 주주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포드의 복수의결권 시스템은 원래 경영권 유지보다는 절세전략에서 출발한 것이다. 창업자 헨리 포드와 그 아들 에젤 포드는 당시 돈 3억2천1백만 달러로 예상되었던 상속세를 회피하는 지배구조를 마련하고자 했는데 그 결과가 복수의결권주식 활용이었고 헨리 포드는 1.7%의 지분만으로 회사의 경영권을 유지했다.
복수의결권 외에도 헨리 포드는 경영권 유지와 강화를 위해 오늘날 문제 거리인 일감몰아주기를 활용했다. 일감몰아주기의 원조 격이라 할만하다. 회사 경영 방침에 관해 동업자이자 거의 대등한 주주였던 말콤슨과 의견충돌이 생기자 포드는 말콤슨으로부터 주식을 다 사서 말콤슨을 회사에서 내보내려고 했다. 말콤슨이 응하지 않자 Ford Manufacturing Company라는 개인회사를 새로 차리고 포드가 필요로 하는 엔진과 다른 부품을 모두 그 회사에서 생산하게 한 다음 포드가 비싼 값으로 구입해서 쓰게 했다. 회사의 부를 그 개인회사로 이전시켜버린 것이다. 결국 말콤슨은 두 손을 들고 포드에게 주식을 처분한 후 회사를 떠났다.
복수의결권을 통해 회사의 경영권을 가족이 장악하고 있지만 포드에서 언제나 가족이 경영자의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창업자 헨리 포드와 현직을 포함, 지금까지 모두 12인이 포드의 CEO를 지냈는데 그 중 포드 가족은 세 사람이다. 헨리 포드의 독자 에젤 포드는 CEO는 아닌 사장을 지냈다. 헨리 포드의 장손 헨리 포드 2세와 증손자 빌 포드만 CEO를 지냈다. 머랄리를 포함한 9인의 CEO가 전문경영인이었다.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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