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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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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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시인, 칼럼니스트

현대사회학을 창시한 에밀 뒤르켐은 급속한 사회구조 변화과정에서 사회적 윤리와 규범이 무너지고 가치관을 상실한 채 혼란속으로 빠져드는 국민들을 바라보며 그 혼돈의 상태를 ‘아노미 현상’이라 명명했다. 훗날 뒤르켐의 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받아 미국 사회학의 중흥을 이끌었던 머튼은 아노미 현상을 개인의 능력차이와 계층간 빈부격차로 물질적. 문화적 욕구충족을 합리적인 수단으로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사회적 괴리 때문에 자아성취를 실현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국가에 대한 막연한 혐오라고 말했다.

요즘 우리나라가 꼭 그렇다. 혼돈과 불화, 갈등과 대립이 범벅된 진창이다. 학생이 선생을 폭행하고, 젊은이들은 노인을 멸시하고 비웃는다. 페미니즘이 격화되어 여자들은 군대를 조롱하고, 노조와 기업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국민들의 이념대립은 법과 정의마저 편가름속으로 편입시켜 버렸다. 내편이 아니면 막무가내식으로 모두 틀렸다는 식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는 상호간 믿음을 깨뜨려 인간관계는 삭막해져만 간다. 취업이 되지 않아 꿈을 포기한 청춘들의 푸른 가슴은 낙엽처럼 바래었다. 정치권은 또 어떠한가? 정부와 여당은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하고 있고, 야당은 경제파탄으로 나라가 망할 지경이라고 한다. 국회인사 청문회는 더욱 가관이다. 정의는 잣대는 없고 진영만 있다. 내편이면 부정과 비리를 감추어 주기에 급급하고, 내편이 아니면 들추어내기에 진력한다.

세상이 온통 비합리 투성이다. 목소리 크고 사가지 없는 인간들이 판을 치고, 남의 눈에 눈물 짜내어 흥하고, 죄를 짓고도 법을 우롱하며 단죄를 피해간다. 떼거리로 덤벼들어 우기고 어거지를 부리면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이 거들고 나선다. 지금 우리나라의 사회행태를 보면 아노미 현상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에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바로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법과 정의의 원칙아래 국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주도적으로 사회를 이끌어가는 바른 지도자가 없는 까닭이다. 서로 다른 가치관들이 충돌하고 반목하는 시대적 상황속에서 최선의 가치를 내세우고 총체적 목표를 제시하며 사회갈등을 봉합하는 그런 지도자가 없다.

또한 이 나라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좌우 어느 한쪽에 지독하게 편향되어 있다.

초일급의 지성을 가늠하는 길은 마음 속에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품고도 여전히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가의 여부에 있다고 하였건만 정치인들은 그 역량을 상대방죽이기에 모두 쏟아붓는다.

정치지도자는 국민이 만든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지도자가 국가의 운명을 가름한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대한민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젠 국민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합리적인 사고와 불의에 대한 단호한 부정,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정신, 투철한 도덕성으로 국민으로서 국가미래를 위한 향상적 태도를 지향해야 한다. 국가의 번영에 대해 마틴 루터는 이렇게 말했다. “한 국가의 번영을 결정짓는 것은 풍부한 재정이나 튼튼한 국방력이나 아름다운 공공건물이 아니라, 교양 있고 의식있는 시민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이다.

즉 깨어 있는 인격자들이 얼마나 많은가가 한 국가의 번영을 결정짓는다.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 국가가 이 세상에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라고. 이철우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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