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승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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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승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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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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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사내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금광을 찾아 헤매던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 어느 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나면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고 얼마나 지나지 않아 그 지역은 몰려든 사람들의 소비 활동으로 인해 경기가 활성화되어 작은 도시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마땅한 홍보수단이 없었던 그 당시에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과 광활한 지역의 금맥을 찾기 위한 채굴꾼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쉽도록 요란스럽게 치장한 마차에 악단을 태우고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며 거리를 지나다니는 것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하나둘 마차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행렬이 길어지자 뒷부분에 있는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따라나섰다. 많은 사람이 따라가니 나도 따라간다. 즉, 시류에 편승한다는 의미로 악단이 탄 마차가 행렬을 선도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현상을 밴드웨건효과라 하며 우리말로 편승효과라 한다. 군중심리에 기인한 이 효과는 어떤 상품이 유행하면 그 상품의 소비가 촉진되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어 오늘날 기업의 마케팅기법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선거나 지지율을 높이는 전략에 활용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개개인들은 다수의 사람이 어떤 사실을 믿고 따르면 그것을 비판하거나 분석해보지 않고 무조건 옳은 것으로 여기고 따라가거나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정치인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면 그의 역량이나 정치 행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지라도 무언가 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여기며 막연하게 지지를 보낸다. 자신의 논리적 추론이 아니라 대중적 힘에 의존하는 심리의 발로이다. 선거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뚜렷한 성향이 없거나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우세해 보이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이런 심리에서 기인한다.

촛불의 힘으로 집권한 정부이기에 국민의 눈치를 너무 살피는 까닭일까! 문재인 정부 들어 유난히 여론조사를 자주 한다. 물론 민의를 받들어 정책에 신속히 반영하기 위한 정부의 뜻이라지만 문제는 여론조사의 의도와 신뢰성이다. 네티즌과 서민들은 매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 대해 “경제, 외교, 안보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는데 지지율이 저리 높게 나오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다”라고 한다. 표본추출과 설문내용, 조사방법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수단체가 몇 개월간 길거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중앙선거위원회에 등록된 공인 여론조사기관의 결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국민들의 체감지지율과 너무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감이 비등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잦은 여론조사를 하는 이유도 오랫동안 정치투쟁 경험으로 체득한 편승효과를 이용하여 국민들에게 이 정권이 잘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각인시켜 지지율 유지의 한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더불어 여론조사의 주제와 목적도 문제 삼지 아니할 수 없다. 얼마 전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맞느냐 틀리느냐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지 간에 여론조사 목적 자체가 잘못되었다. 법과 원칙, 자질에 따라 적합한 인물인가 아닌가의 문제이지 여론조사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여야와 국민이 똘똘 뭉쳐 힘을 모아도 부족할 이 난국에 조국사태로 지금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며 국민들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의 경계가 무너지고 좌우 진영으로만 나뉘어 온 나라가 갈가리 찢어 발겨져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목소리가 세상에 바르게 전달되어야 한다. 여론이 민심이고 민심은 곧 천심이다. 민심을 왜곡하거나 거스러는 일은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일이다. 제일 좋은 정치는 국민들의 마음을 정직하게 따르는 것이고,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 다투는 것이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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