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쓰는산문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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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쓰는산문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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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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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이 사라지고 있다  
-조현명:시인,포항문학사무차
 
 
 미로처럼 끝없이 갈라지는 갈래길로 구불구불 휘어지던 골목길,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생들이 만들어낸 선들은 정답고도 아름답다. 계획되고 반듯하여 넓은 길과 반대로 다 헤어진 옷을 입고 있는 삐뚤빼뚤한 골목길, 그 아름다운 모습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그것을 안타까워 할 이가 얼마나 될까. 생활의 불편과 삶의 키 낮음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던 때 살았던 골목길은 누구에나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각의 창들이 마주보는 대문과 녹슨 문들이 무슨 비밀처럼 나있고 울퉁불퉁한 계단들과 휘어진 담벼락아래 피는 낮은 꽃들, 생들이 가진 그대로의 가난,  반듯하지 않고 세련되지는 않지만 구수하고 정감 있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골목길은 갖고 있다. 삶과 맞닿은 진실이리라.
 나는 그곳에 우연히 이르면 눈물이 난다. 휘어져서 끝이 보일 듯 말 듯 스러지는 길, 따라가다 보면 막다른 골목이거나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기막힌 이야기, 골목길은 하나의 진실한 이야기 같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기웃거리고 돌아다니는 것은 이미 어른이 되었기 때문일 텐데.
 술래잡기 놀이로 동네를 돌아다니던 때 그 휘어진 길들은 우리를 숨겨주고 새로운 길을 열어 가르쳐주는 작은 세상이었다. 휘어질수록 좋았고 갈래 길로 구불구불 돌아나가서 다른 길로 내려 놓아주면 더욱 좋아하였다. 골목길 자체가 놀이터였고 마음의 집이었던 때, 우리는 그냥 그곳에서 살고 있었으리라. 그곳에서 멀리 떨어져 나온 지금 각지고 반듯한 길을 따라 자동차로 출퇴근하고 사각진 아파트 방에서 잠에 든다. 그래서 골목길 그것이 사라지고 있는지 내내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서울, 골목길 풍경(임석재지음/북하우스)>이란 책을 만나면서 다시 골목길에 대한 향수에 불이 붙었다. 책 속에 사진 한 장 한 장은 낯선 곳이지만 낯선 곳이 아니었다. 내가 살던 정든 골목길 그때 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사진들, 내 마음은 참지 못하고 벌써 사진 속으로 들어가서 골목길 속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급히 따라가며 소리쳐 불러본다. 옛날은 가고 언제나 추억으로 남는 것 오래오래 사라지지 않고 있어라! 골목길이여! 나를 길러내고 나를 눈물짓게 하는 너여! 아름다운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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