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도시는 과연 스마트한가?
  • 경북도민일보
스마트도시는 과연 스마트한가?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9.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주일의 도시공감
얼마 전 홍콩의 반중국시위 관련 뉴스에서 시위대가 가로등 하나를 넘어뜨리는 장면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 가로등은 그냥 조명용이 아니었다고 한다.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고 전송할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 가로등’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설비는 언제라도 감시와 통제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위대로서는 이런 장치를 거리에 둘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즈음, 국내 뉴스에서도 ‘스마트 가로등’이란 말이 흘러나왔다. 스마트도시 관련 인프라 사업이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투자한 펀드가 바로 스마트 가로등 회사에 투자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뉴스 내용도 놀라왔지만 스마트 가로등이란 것이 벌써 우리 주변까지 와 있다는 사실도 놀라왔다. 스마트도시가 어느덧 대세가 되다보니 일확천금 노림수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경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우리 주변에 성큼 다가온 스마트도시, 과연 그것의 실체가 무엇이고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가는 것일까.

하기야, 오늘날 의미도 모르고 따라가야 하는 ‘대세’는 스마트도시 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4차 산업은 더욱 그러하다. 때로는 이런 의구심이 생긴다. 4차 산업이라는 것이 우리가 이를 필요로 하기에 나타난 개념인가, 아니면 이미 정해진 대세이기에 우리는 그저 따라야 할 뿐인 것인가. 대세 앞에서 무슨 의문의 여지는 사실 있을 수 없다. 그냥 적응해야 할 뿐이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무식하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면 그 개념 한두 문장 정도는 외우고 다녀야 할 지경이다. 그것이 가져오는 변화와 우려되는 문제는 조용히 숨겨져 있어야 한다. 이쯤 되면 필요 때문에 기술이 개발되는지, 기술이 있으니까 필요가 개발되는지도 헷갈릴 지경이다.

스마트도시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크다. 미래 선도 산업으로 대통령 연설에도 자주 언급되는 지경이지만 그 실체에 대해 과연 누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노무현 정부 때 이미 ‘유비쿼터스 도시’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이 패러다임은 궁극적으로는 도시 전역을 IT기기화하고 도시의 여러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파악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다. 장차 가로등은 물론 건물이나 도로에도 컴퓨터 칩이 심어지고 웹에 연결되면서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 한다. 스마트 도시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확산되는 과정을 보면 마치 열차에 너도 나도 모두 달려들어 경쟁적으로 올라타는 것 같은 양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방향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민도 점검도 없이 기차에 올라탔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스마트도시가 가져다 줄 편의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한적한 시골길 버스정거장에서도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을 전광판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스마트도시의 힘이다. 하지만 도시의 각 부분이 칩과 센서로 작동하게 될 때, 거기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사생활·정보 침해는 물론이고 나아가 감시·통제사회의 수단이 되지 않으란 법도 없다. 지금도 소셜미디어를 들어가 보면 어떻게 알고 내가 필요한 물건 광고를 알아서 띠워주고 있지 않은가. 내 모든 행동과 선택이 웹상에서 읽히고 분석되고 있는 것이다. 편리한 동시에 오싹하기도 하다. 정보통신 사회에서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우려의 예언들이 있어왔다. 빅브라더, 감옥도시, 빗장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런 우려가 망상만은 아니라는 것을 홍콩 시위 현장 뉴스를 보면서 느낄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패러다임일수록 더 진지한 검토, 그리고 비판적 고찰을 필요로 한다. 스마트도시도 그러하다. 정부의 역점 사업이기에 대세가 되고, 대세이기에 무조건 진행되어야 한다는 식의 진행은 곤란하다. 모든 돌다리를 다 두들겨 보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두들겨보고 건너야 할 돌다리도 분명 있다. 시민들의 정보와 관련된 사업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곳에 사는 시민들이 서로 어우러지고, 의미를 찾고,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도시야말로 스마트한 도시이다. 여기저기 용도가 불분명한 기기를 장착한다고 해서 도시가 스마트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 시스템공학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