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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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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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재의 馬 이야기

최근 사회적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동물복지, 특히 말의 복지에 대한 현실태와 향후 개선점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동물복지(Animal Welfare)는 동물보호라고도 하며,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는 동물복지를 “동물이 건강하고 편안한 상태에 있으며, 좋은 영양상태 및 안전한 환경에서 동물의 본성을 나타낼 수 있고, 고통이나 두려움, 괴롭힘 등의 부정적인 심리적 상태에 있지 않은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동물복지를 보장한다는 것은 적절한 거처, 관리, 영양, 질병예방과 치료, 책임감 있는 돌봄, 인도적인 다룸, 필요 시 고통을 최소화하는 인도적 안락사 등 동물에게 신체적·육체적으로 필요한 것을 사람이 책임감을 가지고 제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1979년에 설립된 영국의 농장동물복지위원회(FAWC)는 1993년에 현재 동물복지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동물의 5가지 자유를 제시하였다. 첫째는 갈증이나 배고픔으로부터의 자유, 둘째는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셋째는 고통이나 상처 및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넷째는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다섯째는 두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등 동물의 5가지 자유를 정의하였다. 현재 국내 “동물보호법‘ 제3조(동물 보호의 기본 원칙)에 이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동물복지와 달리 동물권은 동물이 인간과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사람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인간의 관점에서 착취해서는 안된다고 알려져 있다.


2018년 5월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와 복지정책에 대한 수요확대를 반영하여 전담조직인 동물복지정책팀을 신설하여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다른 동물과는 달리 말의 복지에 대한 인식과 지원 부족으로 국내 말 복지는 아직까지 초보단계에 놓여 있다. 말은 산업동물(소, 돼지)의 집단사육과 달리 혈통과 이력 등의 개체관리가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말의 복지수준은 경우에 따라 타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말사육 현장은 한국마사회나 공공승마장 혹은 일부 민간승마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육실태가 열악한 환경에서 말을 사육하다보니 말에게 공급하는 사료를 말 전용 사료가 아닌 소 사료를 먹인다든지 혹은 승마 등 가혹한 사역을 맡기고 발굽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고통중에 놓여 있는 말도 많은 것이 현재 국내 말산업 실정이다. 향후 말의 복지를 향상을 위한 방안을 몇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말 소유자의 적절한 사육 및 관리 의무를 제시하고자 한다. 말 소유자는 말이 질병에 걸렸거나 부상을 당한 경우 신속하게 치료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하며, 도구 등 물리적 방법 혹은 약물 등 화학적 방법으로 말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건강검진 및 발굽관리를 통해 말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항상 신선한 물과 사료를 공급하고 마굿간에서의 지루함과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적절한 운동을 실시하여야 한다. 둘째는 수의사에 의한 말의 인도적 처리이다. 만약 말이 질병이나 상해로부터 회복될 수 없거나 고통이 지속되는 상태로 살아가거나 법정 전염병으로 인해 다른 말에게 고통을 입힐 우려가 있을 것으로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에는 말에게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여야 한다. 셋째는 용도가 다한 말의 경우 말 주인인 마주, 한국마사회 혹은 공공승마장 등 공공기관, 개인 후원자 등으로 일종의 “엘다윙후원회”를 구성하여 말이 자연적인 공간에서 생명을 다할때까지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돌봐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넷째는 말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말을 구조하고 재활하여 필요로하는 사람에게 분양할 수 있는 공적 시설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섯째는 죽은 말을 처리할 수 있는 말 전용 소각이나 도축을 할 수 있는 시설의 구축이 하루속히 만들어져 말의 복지 향상에 기여해야 할 것으로 본다. 특히 말고기용으로 도축되는 말은 말고기 생산용 말외에는 도축을 불허해야 하고 도축되는 말에게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조건에서 도축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의 복지에 관한 지표 설정이나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말의 복지 향상을 위해서는 말 소유자와 관리자는 말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말에게 최상의 복지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말의 평균 수명은 약 25년 전후로서 말을 구매하게 되면 말 주인으로서 오랜 시간을 말과 함께 하기 때문에 말의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말의 소유주로서 구매용도 및 목적, 말의 관리능력과 전문지식, 경제적 상황 및 시간적 여유, 말의 은퇴 이후 용도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조길재 경북대학교 말(馬)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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