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특별법 제정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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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특별법 제정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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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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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만 2년이 되는 지난 15일 그동안 텐트생활을 해오던 이재민 62가구가 인근 임대아파트로 이주를 시작했다. 이재민 임시 거주지인 흥해실내체육관에서 2년 동안 힘들고 불편한 생활을 이어오다 마침내 텐트생활을 접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본격적인 한파가 닥치기 전에 이사를 해 추위를 피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속을 들여다 보면 마냥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앞으로 견뎌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주하는 62가구를 포함해 현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텐트생활을 해온 96가구는 지진 피해가 비교적 경미하다는 판정을 받은 가구로서, 이들에게는 임대아파트 이사비용 100만원과 포항시와 LH에서 반반씩 분담하는 임대료 지원이 전부다. 그러나 대부분 노약자들인 이재민들이 임대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2년으로 한정되며, 매달 10만원이 넘는 관리비와 각종 공과금 부담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서 입주를 꺼리고 있다. 입주기간 2년은 그리 긴 세월이 아니다. 그들이 텐트생활을 해 온 기간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주를 하는 62가구나 지원금 100만원 수령을 거부하고 남은 34가구나 모두 불안하기는 매 한가지다. 이재민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하루 바삐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이재민들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지진 피해에 대한 전수조사와 피해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기 위해선 지진피해 보상 특별법 제정 외엔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다. 지진 발생 후 대통령을 비롯해, 총리, 장관 등 고위공직자들과 정치지도자들이 발이 닳도록 피해현장을 찾아 신속한 지원과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고 돌아갔지만 2년이 지나도록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 화급을 다퉈 처리해야할 민생법안마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 아까운 시간만 허비한 탓에 피해민들의 고통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지진 발생지역 단체장인 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국회와 중앙부처를 찾아 포항시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전하고 특별법 제정을 거듭 호소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 소관 상임위 소속 의원들을 만나 특별법 통과를 부탁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내기까지 했다. 지역 단체장들이 이처럼 전방위 행보를 펼치며 특별법 제정에 공들이는 이유는 올해 내에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법 제정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번 20대 국회 내에 통과 안 되면 특별법은 자동폐기 된다.

지역 단체장들 뿐만 아니라 정치인, 시민, 시민단체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최근 국회 산자위 소위의 포항지진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법안 심사에서 한국당이 제시한 수정 법안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소위를 통과하면 다음 달 초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시 되고 있다. 다만 지진 피해 ‘보상’이란 용어에 대해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일이 마지막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보상 대신에 ‘지원’이라는 용어를 쓰자고 주장하는데 이유인즉슨 지원금은 정부가 정한 금액을 지급하면 끝이 나지만 보상금은 피해조사를 해서 확인된 금액만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부담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감내해온 포항시민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더 이상 이러한 용어를 두고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 피해조사를 통한 보상을 한다고 해서 터무니없는 재정 지출이 있을 리 만무한 일 아닌가. 치적쌓기용 숫자놀음에는 돈을 펑펑 쏟아 부으면서 잘못된 국책사업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고통에는 재정을 쌈짓돈처럼 쓰려하는 정부의 속좁은 처사가 한심스럽다. 국회와 정부는 한시 바삐 특별법 제정을 마무리 짓고 지진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에 대한 실효적 보상이 이뤄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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