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만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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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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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부의 얘기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자주 티격태격했다. 어느 날 부인이 남편의 좋은 점을 하루 한 가지씩 적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하루 한 가지의 장점을 찾는 데도 많은 생각을 했다. 하나씩 적어나가다가 일주일이 지나서는 하루에 다섯 가지를 적다가 한 달 후는 열 가지씩 적었다. 보이지 않던 장점이 찾으니 자꾸자꾸 나왔다. 적은 내용을 남편에게 보이니 남편도 부인과 같이 시작하여 부부가 서로의 장점을 찾아 적어나갔다. 그때부터는 다투는 일이 없어지고 둘의 사이가 급속히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매일 뉴스를 보고 들을 때마다 정치가 어지럽고 사회가 혼란스러워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어느 부부의 얘기 같이 우리의 좋은 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불가에서도 허기를 면해주는 공양 보시가 최고라 하는데 먹고 사는 문제를 보자.

가난한 시대의 대명사 같은 보릿고개, 6·25 전쟁의 비극, 60년대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 70년대의 새마을 운동 등 어려움 속에 숱한 몸부림을 치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만들어낸 것은 기적이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어려운 고비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질서도 생겨났다. 최근 우리 경제사에서 가장 어렵던 때가 바로 97년의 IMF 외환위기였다. 기업들이 무너지고, 은행들이 도산했고, 종이쪽지에 불과했던 주식들, 부동산은 반값으로 떨어지고, 가혹한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국가 부도가 무엇인가를 뼈저리게 느낀 때였다. 그때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 수렁을 벗어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 끝에 간신히 국가 부도 사태는 면했다.

대한제국 때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처럼, 외환위기 때 전 국민이 보여준 금 모으기 운동은 국가라는 울타리가 내 집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둠이 있어야 별이 빛나듯 불가사의한 국민의 위력이 외환위기 때 확인이 되었다. 2015년 한 방송사에서 광복 70년 맞이 국민 의식 조사에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월드컵 4강 진출, 88 올림픽, IMF 극복을 위한 금 모으기 순이었다. 지난날 우리에게 경제는 모든 것을 초월한 최고의 가치였다. 자유와 평등, 인권은 민주 사회의 핵심인데 경제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자유와 인권까지 참아야 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외국에 나가 보면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잘 사는 국가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문화의 흐름을 보자

2000년대 초반 겨울 연가, 대장금 등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 일본 관광객이 줄이어 우리나라를 찾고 중국에서는 한국 음식점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의료 기술이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듯 방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드라마 기술 역시 최고의 수준이라고 한다. 90년대의 아이돌과 걸그룹이 국내를 중심으로 차츰 해외로 나가더니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201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강남스타일은 한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30여 개 나라에서 공식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노래가 한창 유행할 때 호주의 한 유치원을 방문하니 강당에서 무용 수업을 하는데 그 노래와 춤이 강남스타일이었다. 한국 사람이 방문했으니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직장 따라 호주에 유학하고 있는 한국 고등학생을 만나서 강남스타일이 정말 그렇게 인기가 좋으냐고 물으니 호주 청소년들이 이 노래를 모르는 학생이 거의 없다고 했다. K-POP의 위력을 실감했다.

2017년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폐막식 때 우리의 아이돌 그룹 7명이 공연을 하는데 호텔의 대공연장에 가득 모인 베트남의 청소년들이 우리말 노래 가사를 함께 열창하는 모습을 보고 한류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피부로 느꼈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 생겨나고 이젠 K-POP으로 세계적인 스타들이 탄생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무궁한 저력이 한류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요사이는 방탄소년단의 인기로 세계의 청소년들이 열광하고 그로 인해 한국어 열풍까지 불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 코리아의 위력을 보자

올해는 도쿄 올림픽이 있는 해다. 최근에 하계 올림픽에서 계속 10위권 이내의 성적을 거두었다.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에서는 5위까지 한 기록도 있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과학적 분석과 체계적인 훈련 덕분이다. 손흥민을 비롯한 축구 스타들, 미국에서 활동하는 류현진을 비롯한 야구 선수들, 최강을 자랑하는 여성 골퍼들, 베트남에서 최고의 스타로 대접받으며 새로운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박항서 축구 감독 등, 이 외에도 많은 선수와 지도자들이 해외에서 활동 중이다. 양정모 선수가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처음 금메달을 땄을 때 환호하고 흥분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랬던 스포츠가 양궁, 축구, 야구, 여성 골프 등에서 대한민국의 스포츠를 빛내고 있다.



-여행하기에 안전한 나라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관광객이 지금까지 가장 많은 1750만이라고 한다. 해외여행 때 가정 먼저 찾아보는 것이 그 나라 기후이고 그리고 그곳이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안전한 나라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중남미의 과테말라를 갔을 때 일이다. 식당에 가니 문을 닫고 총을 든 경비원이 식당을 지키고 있었고 은행 주위에 경비 경찰이 고객의 안전을 위해 여러 명이 지키는 모습을 보았다. 흡사 전시나 비상시국 같았다. 우리는 어떠한가? 자유롭고 안정된 치안이 아닌가.

여기저기 사통팔달로 이어지는 도로망 따라, 이번 설 명절 때도 전 국민의 60%가 넘는 사람들이 민족 대이동 길에 올랐다. 희한한 민족이다. 최신 아파트에는 모든 전자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 미국이 부러워하는 우리의 건강보험 시스템, 최고의 대학 진학률과 교육에 대한 국민의 열정, 평균 수명이 최고 수준이며 IT의 생활화와 더불어 카드 사용률이 89%로 가장 앞서는 나라다.

청춘들이 취업에 대해 걱정도 하고 불만도 많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살만한 나라가 아닌가.

이영우 前 경북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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