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병(病)들어 가고 있다
  • 손경호기자
대한민국이 병(病)들어 가고 있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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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망”, “덜떨어진 인간”, “위안부가 뭔 벼슬이냐?”
온라인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비난하는 내용들이다. 일본 극우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같은 이 내용은 일부 친여(親與) 지지자들이 이용수 할머니를 비난하는 것들이다. 정의기억연대의 운영방식을 비판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개떼같이 달려들어 90이 넘는 할머니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언론 인터뷰에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배신자’라고 지칭하자, 이 같은 인신공격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내 편을 공격하는 것은 누구든 ‘적’이라는 적개심이 그대로 표출된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누구든 비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말 같지도 않은 비난은 절대 용서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위안부가 뭔 벼슬이냐?”는 언급은 절대 용서 받을 수 없는 망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어떻게 일본 극우세력의 발언 같은 이 같은 망언을 할 수 있을까.

한 방송사 기자는 “친일 수구집단의 이간책동에 넘어가면 안된다”고 했다.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정의연에 대한 언론 등의 비판이 ‘친일 수구집단의 이간책동’이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일부 친여 지지자들의 인신공격은 뭐라고 할텐가?

비평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민주주의란 무능한 다수가 선택한 부패한 소수에 의해 움직인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치사에서 치러진 선거 결과를 보면 과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민주주의는 선동과 군중 심리로 인해 다수가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제도는 포퓰리즘, 즉 중우정치(衆愚政治)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 기반이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극단주의 선동가는 어느 사회에서나 등장하기 마련이다. 미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가령 헨리 포드, 휴이 롱, 조지프 매카시, 조지 월리스와 같은 인물들이 그들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시험은 이러한 인물들이 등장하는가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와 정당이 나서서 이러한 인물이 당내 주류가 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이들에 대한 지지와 연합을 거부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당의 민주주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경쟁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함으로써 이들이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가이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극단주의자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성 정당이 두려움과 기회주의, 혹은 판단 착오로 인해 극단주의자와 손을 잡을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렛 지음)

1923년 당시 대선 출마를 바라는 대중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국 민주당은 지지율 1위였던 포드를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하지 않았다. 히틀러조차 ‘나의 투쟁’에서 포드에 대한 존경을 드러냈듯이, 포드는 전 세계 인종주의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극단주의 대중선동가였기 때문이다. 유태인들은 지금도 포드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정당들은 이처럼 당의 승리보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을 더 우선시 한다. 공화당 정치인 일부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를 철회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어떨까? 대선승리에 집착해 포드가 아니라 히틀러라도 대선후보로 선출하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망상일까. 극단적 정치지도자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는 일부처럼 극성세력들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세력들이 존재하는 한 거기에 기생하는 정치인들은 언제든 나타나기 때문이다. 집단지성이 마비되고, 일부 광적(狂的)인 세력들에 의해 사회가 움직인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병들 수 밖에 없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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