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골프장 ‘애물단지’되나
  • 정운홍기자
‘황금알’ 골프장 ‘애물단지’되나
  • 정운홍기자
  • 승인 20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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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 인허가 남발 과잉공급 시대…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과잉경쟁·경영난 부채질… 회원제→퍼블릭 전환 이어져
개소세 전면 폐지로 경영난 심각… 공매처분·회생절차 밟아
관련 종사자 실직위기 내몰려 안정적 고용대책 마련 절실
“골프장이 속속 생겨나면서 그린피 가격이 싸져 좋기는 한데, 과잉에 따른 부작용도 솔직히 걱정됩니다.”

9년 차 골프매니아 김모(46·안동시 용상동)씨는 경북을 비롯 전국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골프장의 과잉공급을 우려했다.

국내 골프장 시장이 과도기에 접어들면서 범정부 차원의 총량관리와 경영안정성 확보는 물론 관련 직종의 고용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호황을 누리면서 청년층에게 캐디 등 골프 관련 직종이 큰 인기를 끌었었다. 하지만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과잉경쟁에 따른 운영체계 부실 등으로 회원제에서 대중제 퍼블릭으로 전환하는 곳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노캐디제를 도입하는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게 된 캐디들과 관련 종사자들이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2일 골프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대 초반 150여개소에 불과하던 골프장이 2020년 현재 국내 골프장은 540여개소로 4배 이상 늘어나 수요를 넘어서는 과잉공급 시대에 접어들었다. 골프 인구 증가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로 골프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당국이 골프장 건설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해 허가를 남발한 것도 한몫 거들었다.

문제는 수익성이 높은 대중제 퍼블릭골프장이 속속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회원제 골프장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점이다. 더욱이 2019년부터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감면 혜택이 전면 폐지되면서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결국 기존 회원제 골프장은 내장객 감소로 인한 경영악화, 신규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권 미분양으로 인한 경영불안으로 공매처분이나 기업회생절차로 이어졌다. 해당 골프장에 종사하던 캐디 등 관련 종사자들도 덩달아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로 3개 골프장이 있는 안동지역의 경우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휴그린을 제외한 나머지 2개소의 회원제 골프장은 현재 경영난으로 공매처분 및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남안동CC의 경우 우선협상 대상업체와 인수 및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애꿎은 120여명의 종사자들만 일자리를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포항의 경우도 대중제 퍼블릭인 이스턴CC가 노캐디로 전환하면서 캐디 수십여명이 다른 골프장으로 이직했고 당초 회원제로 출발하려던 포항CC(송라제니스)도 대중제 퍼블릭으로 전환했다. 영덕 강구의 오션비치CC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은 전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재 전국적으로 기업회생 및 파산예정인 곳은 4곳이며 대중제 퍼블릭으로 전환을 검토 중인 회원제 골프장도 6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이 한시적이라도 문을 닫으면 일용직에 가까운 캐디와 관련 종사자들은 곧바로 실직상태가 된다. 이는 안정적인 운영에 대한 고민 없이 무분별한 골프장 인허가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국내 골프인구 중 상당수가 ‘가성비가 높은’ 가까운 동남아 국가 등으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골프장에도 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신규 건설중인 골프장도 20여개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골프장의 과잉공급이 그린피 하향 등 안정화로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과도한 경쟁이나 담합 등으로 오히려 시장붕괴라는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동의 모 골프장 관계자는 “과잉공급에서 오는 경영난과 종사자들의 갑작스러운 실직을 막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총량관리, 골프장 경영 및 골프장 종사자에 대한 안정적 고용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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