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만들어 놓은 풍경들
  • 모용복선임기자
코로나19가 만들어 놓은 풍경들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0.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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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식당 손님들로 북새통
코로나19 확산 속 기현상
관광대신 外食 증가가 원인
유명 관광지엔 인적이 끊겨
식당가 줄폐업 위기 내몰려
코로나가 만들어 놓은 풍경
확진자 사흘 연속 200명대
정부 거리두기 강화 만지작

지난 주말 대구에서 지인이 내려오기로 돼 있어 저녁식사를 예약하기 위해 집 근처에 있는 고깃집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방은 이미 예약이 꽉 차 자리가 없었다. 생긴 지 그리 오래 안 된 한우 전문점이라 한산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할 수 없이 홀에 예약을 하고 지인과 만나 식당 안으로 들어갔더니 내부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붐비는 곳은 이 곳 만이 아니었다. 이 식당 앞 양쪽으로 펼쳐져 있는 고깃집마다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00명을 넘었다는 뉴스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사람 발길이 끊겨 식당마다 파리를 날리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최소한 우리 동네엔 해당 사항이 없어 보였다.

그저께 회사의 한 선배는 더욱 황당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지난 토요일 대구에서 친한 친구가 내려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식당가에 있는 한 조개구이 집을 찾았다. 그런데 음식점마다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났으며, 조개구이 집도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린 후에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푸념이었다. 감염병 확산으로 교외(郊外)로 빠져 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외식으로 여가를 대신하기 위해 시내 식당에 몰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종 가운데 한 곳이 음식점이다. 그러니 고깃집에 예약 자리가 동이 나고, 조개구이 집에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진풍경은 분명 지금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다.

최근 한 취업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는 위기에 처한 자영업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약국은 월 평균 매출이 70%가량 줄었고 음식·숙박업도 절반 가까이 매출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202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 근로 및 비경제 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 지표도 자영업의 현주소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임금 근로자는 전년 대비 16만1000명 감소한 663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7만2000명 줄어든 136만3000명인 반면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6만6000명 늘어난 419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고용원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자영업의 매출이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고용원이 한 명도 없는 419만 명의 ‘나홀로 사장’은 그야말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영세 자영업자들로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언제든지 간판을 내릴 수 있는 잠재적인 실업자들이다.

초겨울로 접어드는 시점까지도 코로나 확진자가 100명 선을 오르내리면서 코로나19 가을 대유행이 기우(杞憂)에 그치는 게 아닌가 싶더니 어제(16일)까지 사흘 연속 확진자가 200명을 넘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를 적용한 지 채 열흘도 안 돼 다시 거리두기 강화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어제 중대본 회의에서 “지난 주말 내내 200명 이상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며 “국민 건강과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시행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방역망의 통제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일상생활과 생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확진자 발생추이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조만간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영업자들은 더욱 혹독한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지난달 말 집안 결혼식이 있어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간 적이 있다. 도로변 벚나무 가로수마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단풍 차량행렬로 단지 안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겠지만 휴일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한산하고 단풍객들도 드문드문 눈에 띌 뿐이었다.

코로나19로 결혼식 피로연을 호텔 내에서 할 수 없게 되자 가까운 친지들만 따로 인근 식당을 빌려 점심식사를 했다. 한산한 관광지와 대조적으로 사람들로 북적대는 식당 분위기가 반가워서 나는 분주히 음식을 나르는 주인인 듯한 직원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결혼식 덕분에 식당에 이렇게 손님이 많으니 그래도 여기는 코로나 영향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네요.”

“무슨 말씀을요. 오늘처럼 결혼식이 있는 주말에는 좀 더러 예약이 있긴 하지만 평일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관광객이 거의 없으니까 식사를 하는 손님도 없는 건 당연하겠지요. 정말 이대로 가다간 식당 문을 닫아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정말 큰일이에요.”

조개구이 집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선배와 푸념과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식당 주인의 하소연, 전대미문의 코로나19가 만들어 놓은 우리사회의 두 풍경이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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