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형(兄)과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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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형(兄)과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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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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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時節)도, 시국(時局)도 하 수상(殊常)한 때다. 모두의 속을 시원스레 단 한 번에 확 풀어주는 해장국 같은 가수 나훈아의 빅히트 노래, ‘테스형(兄)’. 이런 때, 민초(民草)들의 허접한 마음들을 한동안 시원하게 풀어 놓았다. ‘테스형(兄)’ 노래는, 최근 경상도 버전과 전라도 버전, 심지어 코로나 버전의 개사곡(改詞曲)으로도 나와 또 한 번의 동반 히트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더니 이젠 ‘테스형이 훈아에게’ 답하는(?) 개사곡도 인기다.

이런 풍자는 곧 지금 이 시대의 답답한 심정을 온통 노래로 토로(吐露)하는 것 같다. 올해가 가기 전에 열리는 나훈아의 서울과 부산, 대구에서의 송년공연 예매표도 순식간에 동이 날 정도다.

이제, ‘두보도 형(兄)’으로 함 불러보자. 테스형 못지않게 두보형도 이백과 함께 당나라 시대의 정점에 우뚝 서서, 엄청난 광채를 발휘한 중국 최고의 시인 아닌가?. 당나라 시(詩)가 가장 만개(滿開)한 때다. 당시(唐詩)는 인간이 응축한 가장 아름답고 정화된 언어예술의 극치 아닐까?

두보는 7세 때부터 시를 지었다(?), 숙모 밑에서 자라며, 그의 시에 대한 재능은 어릴 때부터 중국의 명사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며, 중국 그릇답게 설화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당시에 중국인들은 시(詩)가 ‘귀신과 천지(天地)까지도 감동시킨다’고 믿었다. 그렇듯, 거의 3000년 이 넘는 문학사의 큰 물줄기를 따라, 두보의 시는 120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값진 고전으로써의 정통성을 인정받아 두루두루 크게 칭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해지는 두보의 시는 대략 1470여 수다. 두보는 ‘과거급제를 못하고 곤궁(困窮)한 생활을 계속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두보의 눈으로 본 그 당시 사회의 모습은 온통 모순투성이였다. 그의 시는 당시 사회의 불합리한 실정을 여실히 그려내고 있다. 두보는 “부잣집에서는 늘 술과 고기 냄새가 나지만, 길에는 종종 얼어 죽은 해골이 뒹굴고 있다”며 빈부의 차가 엄청난 당시의 세상에 대해 한껏 분노를 퍼부었다.

지금 K-브랜드와 반도체 산업 등 우리의 대외 신인도(信認度)가 눈부실 정도로 비약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 경제대국이요, 경제강국이 아닌가? 그러나 정치 현실은 어떤가? 오직 먹거리만 보고 달리는 북극의 하이애나 표범과 늑대, 사냥개와 말(馬)처럼 아예 ‘국민의 눈과 귀’는 온통 닫아버린 정치권. 대책 없는 청년취업과 부동산 문제, 커지는 소득과 빈부격차의 불균형, 한심한 소통의 불신, 오직 선거용 표(票)만을 계산하는 곳곳의 엄청난 포퓰리즘 정책, COVID의 긴 피로감 등등. 이러한 것들이 종종 우리의 가치관을 너무 혼란스럽게 하거나 지치도록 가중시키고 있지 않은가?. 그나마 국민의 충복(忠僕)이요, ‘메신저와 사이다’ 같은 종종 입술 터진 모습의 신선한 일부 정치인이 있어 그나마 다행스러울 뿐이다,

이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식의 발상, 칼자루를 잡은 무리와 칼끝을 잡은 무리 간에 벌어지는 조폭 영화 같은 난투극을 민초들은 언제까지 또 인내해야 하는가? 상호 먹통과 불(不)소통의 정치판이다. 걸핏하면 “선택적(?) 문제”로 논쟁과 충돌, 욕설과 야유가 더욱 커지는 난장판의 연속이다. 곳곳에 구린내가 난다. 국민이 뽑은 소위 잘났다(?)는 정치인들은 구태의연한 기득권을 아예 내려놓지도 않는다. 결국은 제 몫과 자기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고 국민 혈세는 아랑곳없는 모습들을 종종 보이더니 이제는 두껍고 교활한 민낯들이 어김없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마 푸른 청년들과 어린 새싹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TV와 SNS 등에서 너무도 쉽게 볼 수 있는 편 가르기 생방송들. 오직 내 편, 네 편만을 따지는 땅따먹기 전쟁 영화 같은 지금. 이러한 정치인 중 많은 이들의 온갖 행태와 작태들이 청소년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보여질까?.

이미 도(度)가 넘었다. 벌써 임계점(臨界點)도 훨씬 지났다. 원한(怨恨)이 뼈에 사무치는 한입골수(恨入骨髓) 형국(形局)이다. ‘상대가 철저하게 무너질 때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치킨게임(Chicken game), 이는 ‘어느 한 편이 조금도 양보하지 않을 경우에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극단적인 게임이론이다.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이나 진배없다. 완장(腕章)만 차면(?), 권력과 서열 앞에서 인간과 동물의 먹이다툼은 도무지 다름없기 때문이다.

심히 우려되는 때다. 왜냐하면, 특히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가 우리 ‘사회와 어른’을 보고 배우는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가장 절실한 때’이기 때문이다. 두보의 시를 한번 보자. 대부분이 조국애와 우국(憂國) 충정심, 민초들의 고난상과 애민(愛民)을 위한 지성, 통치계층의 부패와 죄악상과 울분, 가족애와 우정 등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모두가 지금의 난세(亂世)와 여러 가지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지혜들로 가득 차 있다. 너무도 절실하기에 전적으로 공감되기 때문이다. 이 땅의 정치인들이여. 부디 두보의 시(詩)를 꼭 필독하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모두가 살맛 나고, 밥맛 나는 세상’이 하루속히 오기를 바라는 맘 간절하기 때문이다.

김영국 계명대 벤처창업학과 교수, 경영학박사, Saxoph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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