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지역주민 삶 속에 ‘풀뿌리’로 정착
  • 모용복선임기자
지방의회, 지역주민 삶 속에 ‘풀뿌리’로 정착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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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30돌 지방자치 어디까지 왔나
지방의원·단체장 잇단 일탈 행위로 지방자치 무용론 대두
지방자치 성과 폄하 안돼… 지방의회, 참여민주주의 선도
중앙당에 예속된 공천권·열악한 지방재정 등 과제도 많아
포항시의회 전경. 사진=포항시의회 제공
포항시의회 전경. 사진=포항시의회 제공
서른 살을 가리켜 흔히 이립(而立)이라 한다. 공자가 논어에서 학문의 기초가 확립된 때를 일컬어 한 말이다. 그 후로 30살이 된 이들에게 요구되는 도덕률이 되어 왔다. 가정과 사회에서 기반을 닦아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는 시기다.

올해는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열린지 30년이 되는 해다. 지방자치제는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사실상 폐지됐다 1991년 3월 26일 기초의회 선거, 6월 20일 광역의회 선거를 계기로 부활했다. 그리고 이립의 나이가 된 현재 지역민들의 삶 속에 풀뿌리로 정착해 가는 중이다.

그런데 새해가 되자마자 언론들은 앞다퉈 ‘공자 말씀’에 빗대어 지방자치를 평가절하 하고 있다. 물론 이유는 있다. 근래 들어 ‘지방자치의 꽃’인 지방의회 의원들이 벌인 갖가지 일탈이 주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방의회 곳곳에서 의장 불신임안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극한대립을 하며 고성과 욕설, 몸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연례행사처럼 외유성 출장이 도마에 올랐다. 심지어 전북 김제시의회에서는 동료 의원 간 불륜 스캔들이 불거져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경북지역 한 군의원은 해외연수 도중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 알선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경산시의회는 의장 선거 과정에서 의원들이 감정 다툼을 벌이고 금품 제공과 부정선거 의혹까지 일기도 했다.

의원들뿐만 아니다. 자치단체장들도 줄줄이 불미스러운 일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하루에만 경북 현역 단체장 3명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을 본 지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지방자치 시계가 거꾸로 움직였다. 지역 정치에 대한 회의와 불신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부의 일탈이 지방자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논리로 해석돼선 안된다. ‘동물국회’ ‘식물국회’ 오명을 받는다고해서 국회 문을 닫을 수는 없지 않은가.

민주주의의 핵심은 지방분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사회에 있어 획일적이고 통일적인 중앙집권으로는 민주사회 발전은 물론 국가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각 지방의 특수성을 살려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지방자치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일부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서른 살 우리 지방자치가 이룩한 성과는 눈부시다. 주권자인 주민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지방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주의의 궁극적인 목표인 참여민주주의가 지방자치를 통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최근 포항 장기면 헬기사격장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취소는 지방자치 ‘끝판왕’을 보여준 사례다. 주민들과 지자체가 합심해 성역과도 같던 군사(軍事)문제까지 되돌리게 했다. 중앙집권제 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11월 1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주민들이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수성리 군 사격장에서 예정된 미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1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주민들이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수성리 군 사격장에서 예정된 미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포항시는 장기면민 고충을 대변하기 위해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에 주한미군 헬기 사격 중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고, 포항시의회도 긴급 임시회를 소집해 헬기사격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해 마침내 국방부로부터 취소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주민, 지자체, 의회가 합심해 이뤄낸 성과다.

이제 중앙이 주도하는 독과점적인 행정체제로는 국가를 운영하는데 한계에 봉착했다. 국가 간 국경의 의미가 퇴색하고 세계 국가들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지역 특수성이 강조되고 있다. 즉 국가와 지방이 특유의 문물을 발전시켜야만 살아남는 세상이 됐다. 지자체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독자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세계화가 곧 지방화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는 지방분권 행정을 통해 지역실정에 맞는 행정을 펼치는 데 핵심 가치가 있다. 우리 지방자치는 지금까지 30년 동안 연륜이 쌓이면서 행정적·제도적으로는 성숙해왔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정치적으론 지방의회 기능과 수준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이 있다. 의원 개인 역량을 넘어 중앙당에 예속된 공천권은 지방자치 발목을 잡는 독버섯이다. 이에 따라 능력을 펼치기보다 눈치보기, 줄서기, 편가르기가 횡행하고 유력 중앙 정치인과 끈을 만드는 게 덕목처럼 됐다. 이는 지방의회를 중앙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지방자치 실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열악한 재정도 지방분권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평균 재정자립도는 50.4%에 불과하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50% 이상인 곳은 10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모두 수도권 지역이다. 봉화 등 도내 9곳은 지방세로 공무원 월급도 못 줘 나랏돈에 의존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방자치도 요원하다.

본지는 지방자치 30년을 맞아 ‘지방자치의 꽃’인 지방의회 의장들로부터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의회의 역할과 방향, 그리고 올해 의정계획에 대해 차례로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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