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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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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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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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중국 초나라의 항우(項羽)를 꺾고 천하를 평정한 유방(劉邦)은 사람 다루는 재주를 자부한 사람이다. 그는 전략의 귀재로 장량(張良)을, 내정의 달인으로 소하(簫河)를, 군사 지도자로 한신(韓信)을 꼽으며 이 세 사람을 모두 “위대한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자신은 절대로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한껏 낮췄다.그런데도 천하를 갖게 된 것은 이 인재들을 잘 다룰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사철이 되면 `눈도장’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인사권자와 눈도장을 찍어두지 않으면 조바심이 나서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눈도장엔 사람이건 물건이건 `수용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때문에 눈도장은 사람을 홀리는 마술과도 같은 힘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손숙의 `울며 웃으며 함께 하기’에 눈도장 이야기가 나온다. “가까운 사람이 승진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아름다운 풍습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마는 개중에는 진심의 축하보다는 이런 기회에 눈도장이라도 찍어두자는 아부 섞인 화분도 있을까봐 걱정이고….”
 포항시가 대규모 승진인사를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나 보다. 이 정도야 항용 있는 일이라 쳐도 그 양상이 과열되고 있어 눈살이 찌푸러질 정도라니 문제다. 이른바 `노른자위’를 놓고 박승호 시장의 눈도장을 받으려고 안간힘이 모양이다. 승진 대상자들 사이에선 음해와 협박조 발언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박 시장에 대한 충성론과 비방이 맞부닥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
 지금 정가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눈도장을 받으려는 사람, 총선 공천 언질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마음이 콩밭에 가있으니 일손인들 제대로 잡힐리가 없을 것은 뻔한 일이다. 하물며 “포항시청인들…’이라고 너그러울 수 없는 것은 왜일까.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한고조 유방처럼 인재를 얻는 재주만 갖췄다면야 지도자 노릇하기도 한결 수월하련만….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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