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옛 선조들에게만 경외의 대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말을 들어본다. “나는 해가 뜨는 것을 보고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확고히 주장하지 않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무엇이 서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런가 하면 `글쟁이’치고 뜨는 해,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한마디를 아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박종화의 글 한 대목만 옮겨본다.“동천이 불그레하다. 해가 뜬다. 시뻘건 욱일(旭日)이 불쑥 솟았다. 물결이 가물가물 만경창파(萬頃蒼波)엔 다홍물감이 끓어 용솟음친다. 장(壯)인지, 쾌(快)인지 무어라 형용하여 밝힐 수 없다.”
그 이름부터가 해를 맞는 영일(迎日) 호미곶은 새해맞이의 명소로 자리매김돼 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호미곶 해맞이에 올해도 구름같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 해맞이 행사에 올해는 아주 특별한 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삼족오연(鳶)띄우기다. 가로 20m, 세로 50m, 무게 250㎏. 옛 선조들의 국가상징물이 포항 하늘에 떠오르니 작가의 말마따나 “장(壯)인지, 쾌(快)인지” 무어라 형용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신의 시심(詩心)이 무디다거나, 말솜씨 없음을 탓할 필요는 없겠다. 수백㎞를 마다않고 달려왔다면 포항 앞바다의 `빛’을 보고만 가도 된다. 추억은 가슴 속에서 싹터가며 자랄 것이니까. 더 중요한 것은 저마다 가슴에 품은 소망이 삼족오연을 타고 하늘에 닿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새해엔, 새해엔 `…’하게 하여 주소서.” 소망이 모두 이뤄지는 365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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