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로 `끈 떨어진 갓’에 비유하면 될까. 하늘을 땅으로 만드는 일이라도 해낼 것만 같이 서슬이 시퍼렇던 권력도 막바지에 이르면 그 힘이 쇠미해지게 마련이다.`십년 가는 세도 없고, 열흘 붉은 꽃도 없다’는 속담도 이와 맥이 통하는 이야기다. 정철(鄭澈)의 송강가사를 읊조려보면 옛날이나 이제나 다를 게 없는 인심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나무도 병이 드니 정자(亭子)라도 쉴 이 없다/호화(豪華)히 섰을 제는 올 이 갈 이 다 쉬더니/잎지고 가지 꺾은 후는 새도 아니 앉는다.”
새 대통령 당선인이 탄생하자 음식도 권력이동을 하고 있다는 입방아가 한창이다. 포항 과메기가 뜨고 있다는 이야기다. 수산물의 권력이동은 광어→도다리에서부터 시작됐다.김영삼 대통령 시절이다. 이때는 멸치값도 뛰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엔 흑산도 홍어가 대접을 받았다. 이젠 도다리도 홍어도 뒷전으로 밀려나고 과메기 세상이 되고 있다니 우연의 일치만은 아닌 것 같다.음식 세계에서도 분명 권력이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염량세태(炎凉世態)는 음식물이라고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지금은 한 겨울철이다. 계절의 진미로 꼽히는 과메기로서는 다소 어처구니 없고 자존심 건드리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사라졌던 청어떼까지 돌아와 관목어(貫目魚)의 원조를 맛볼 수 있게 됐으니 참으로 조화 속이다.그러나 말쑥한 `양복쟁이’들이 떼지어 과메기를 먹으러 전문 음식점으로 몰려드는데야 어쩌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이를 흉내내어 “권력은 과메기에서 나온다”는 비아냥이 없어야 구룡포 덕장 바람이 한결 더 상쾌하지 않을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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