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수해복구… 주민 피해지원 갈 길 멀다
  • 모용복선임기자
속도내는 수해복구… 주민 피해지원 갈 길 멀다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르포-水磨가 할퀴고 간 죽장 복구현장 가다
휴일에도 불구 이강덕 시장 등
곳곳서 복구·봉사 손길 이어져
과수농가는 토사·자갈 뒤덮여
농민 “내년 농사까지 걱정” 한숨
현내천 두다리도 파손·유실돼
무학사로 가는 길 가장자리가 유실돼 응급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내리에서 두마리로 가는 길 가장자리 곳곳이 폭우로 유실돼 위험천만한 모습이다.
무학사 주지 홍법스님이 약사전에서 관음전으로 내려가는 다리가 유실된 곳을 가리키고 있다.
포항시 북구 죽장면 현내천에 태풍 오마이스로 쌓인 토사와 자갈을 걷어내고 있다.
현내리에 있는 한 과수원이 폭우로 피해를 입은 모습.
9월 초순, 모처럼 하늘이 푸르다.

기계를 지나 죽장으로 향하는 길, 봉좌산 아래 펼쳐진 너른 벌판은 가을빛이 완연하다.

지난 4일 수마(水磨)가 할퀴고 간 지 열흘 만에 찾은 포항시 북구 죽장면.

면내로 들어서니 주민들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하천을 따라 포클레인이 굉음을 내며 간단없이 흙과 돌을 퍼올리고 있었다. 또 덤프트럭들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좁은 길을 아슬아슬하게 내닫고 있었다.

휴일에도 불구하고 보건지소에는 이강덕 포항시장과 관계 공무원들이 간이천막 아래서 복구작업과 주민지원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으며, 여기저기서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행정복지센터 마당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낸 구호물품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으며, 포스코패밀리 봉사단원들은 자전거, 농기계 등을 수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가 강타한 죽장지역에는 복구의 기운이 가득했다.

하지만 생전 처음 겪은 엄청난 재난 앞에서 주민들은 여전히 실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자호천에서 밀려내려온 토사와 자갈, 나뭇가지 등으로 인해 현내교가 범람해 농경지 0.1㏊ 가량이 유실된 농민 A(73) 씨는 복구 중인 중장비와 해병대원들을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내 평생에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야. 사라호와 매미 때도 이러지는 않았어. 어떻게 몇 시간 만에 이렇게 큰 물난리가 났는지, 무엇이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어.”

과수원 대부분을 수마에 앗긴 또 다른 농민 B(65) 씨는 토사에 마구 파묻힌 사과를 주울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추석이 얼마 안 남아 곧 내다팔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제 추석은 고사하고 내년 농사는 또 어떻게 지어야 할 지 막막합니다. 복구도 복구지만 하루 빨리 지원이 돼야 어떻게든 해볼 텐데…”

현내천을 따라 두마리로 가는 길 역시 피해가 극심했다. 길 가장자리 곳곳이 파이고 떨어져 나가 위험천만한 모습이었다. 모래포대 등으로 응급복구를 하고 있지만 주민 안전을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복구대책이 절실해 보였다.

이 곳 현내리에 있는 무학사도 수마의 심술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지난달 폭우 때 사찰 뒤쪽으로부터 엄청난 자갈이 쏟아져 내려 다리를 막는 바람에 물이 범람해 절 일대가 온통 물바다로 변했다. 일부 시설물이 파손되고 약사전에서 관음굴로 내려가는 다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무학사 홍법 주지스님은 “수 십 년 동안 이 도량에서 기도를 해오고 있지만 이만큼 범람하기는 처음”이라며 “그나마 지난해 완공된 사방댐 덕분에 그래도 피해가 적었는데 더 큰 물난리를 막기 위해선 사방댐을 좀 더 크게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해로 인해 열흘 만에 사찰을 찾았다는 신도회 부회장 이영경(58·장성동) 씨는 “대구·부산을 비롯해 전국에서 무학사를 찾는 신도들이 8000명이 넘는데 신도들의 안전을 위해서 복구작업을 서둘러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죽장에선 민관군이 똘똘 뭉쳐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 엄청난 피해를 입고 실의에 빠진 주민들을 위한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와 포항시는 죽장면 일대 피해 복구를 위해 행정안전부에 특별재난지역 조기 선포와 특별교부세 지원을 건의한 상태다. 하지만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주민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연일 복구현장을 찾아 주민들과 아픔을 함께 하고 있는 강필순 포항시의원은 “수확기를 앞두고 과수농가를 비롯해 크고 작은 침수피해를 입어 실의에 빠진 농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포항시의 발빠른 지원으로 복구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창화 경북도의원은 “피해주민 지원과 함께 다시는 태풍과 폭우로 인한 재난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항구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경북도와 포항시는 주민 안전을 위해 죽장면 하천에 대한 근본적인 개량사업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