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도시인가 강소도시인가
  • 경북도민일보
중소도시인가 강소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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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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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일의 도·시·공·감

지방소멸 위기 세미나를 준비하다가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도시의 면적규모 순위가 인구 순위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인구가 많은 도시가 면적도 클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도시의 인구 순위는 1위 서울, 2위 부산, 3위 인천, 4위 대구의 순서로 내려간다.

경북의 경우 가장 큰 도시인 포항이 최근에는 50만을 턱걸이 하는 처지가 되면서 23위까지 내려가 있다. 그 외에 경주나 안동 등을 순위에서 찾자면 한참이나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경주가 26만으로 45위, 안동이 16만으로 58위로 나타난다. 타 지역의 수위 도시들에 비해서 낮고 또 계속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인구가 아닌 면적규모의 순위를 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타난다. 1위에 안동, 2위에 경주, 3위에 상주시 등 금 은 동메달을 모두 경상북도가 휩쓸고 있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다. 포항이 5위, 김천이 10위에 올라 있어 10위권 중 무려 5개 도시가 경북 지역 도시들이다. 소멸 위기가 가장 심하다는 경상북도 지역의 도시들이 면적 규모로는 오히려 가장 높은 순위들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도시의 인구 순위와 면적규모 순위가 오히려 반대 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이렇게 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전국 도시들을 비슷한 규모로 구분하기 시작한 1990년대의 행정구역 개편 때문이다. 인구규모나 기반시설의 분포가 아닌, 주로 면적규모를 중심으로 도시를 구분했다. 그러다 보니 도시권이 듬성듬성하게 분포하는 경상북도의 경우에는 오히려 더 큰 단위로 행정구역을 자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문제는, 인구는 작고 면적은 큰 이러한 유형의 도시구조가 지방 소멸 위기와 관련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하는 부분이다. 중소도시를 살리고 발전시키기 위한 국내외의 많은 정책대안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거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지방 중소도시가 살 길은 ‘강소도시’가 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작지만 단단하고 안정된 도시, 즉 강소도시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덩치를 장점으로 살려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서로 연계된 네트워크 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경북의 도시들은 덩치가 작지 않다. 오히려 서울보다 더 크다. 거대한 면적에 생활권은 골짜기를 따라 드문드문 분포해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도시 내의 생활권들이라고는 해도 서로 연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경주만 해도 북쪽으로는 안강읍에서 남쪽으로는 외동에 이르기까지, 남북으로 가장 긴 형상을 하고 있다. 불과 26만 인구의 도시가 이런 형상을 하고 있다 보니, 하나의 긴밀한 도시권으로 형성되고 있지 못하다. 남쪽 외동의 경우 울산 공업단지와 더 가까운 지역이라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북쪽의 안강도 여러 모로 보아 포항과 더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지역이다.

이렇게 행정구역과 실제 생활권 연결이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많은 중소도시들이 유사한 형편에 처해 있다. 화학을 빌어 비유하자면 단단하고 안정된 ‘분자’라기 보다는 크고 성긴 ‘중합체’와 같은 처지랄까.

각 지자체가 도시구조를 계획하는 방식을 보면, 이런 ‘성긴 거대도시’의 문제는 더욱 심해진다. 대부분의 중소도시들이 마치 거대도시와 같은 방식으로 계획되어 있다. 서울의 경우 종로중구를 1도심으로, 그리고 강남과 영등포를 2부도심으로 하는 1도심-2부도심 체계로 계획되어 있다. 그런데 인구가 30만이 되지 않는 중소도시들도 이와 유사한 계획을 차용하고 있다. 심지어 3개의 부도심을 지정하고 있는 사례도 본다. 이러다 보니 읍내 정도에 불과한 지역이 졸지에 부도심으로 지정될 정도이다.

이런 ‘거대도시 지향성’은 엉뚱하게 가용 토지의 부족으로도 이어진다. 인구는 적고 면적은 큰 도시들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토지에는 이미 각종 산업단지, 도시개발지라는 팻말이 다 붙어있다. 인구 백 만, 백오십 만의 거대도시를 가정한 도시계획으로 온갖 토지에 이미 개발계획을 수립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가 정체하게 되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토지는 부족하고, 미래적인 혁신은 먼 이야기가 되고 만다. 거대도시의 꿈이 현재를 좀먹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중소도시가 강소도시를 지향하면서 지방 소멸의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면 먼저 이런 ‘거대도시 지향성’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모든 정책과 공간구조가 거대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마당에 무슨 강소도시 논의가 있을 수 있을까? 중소도시가 거대도시의 틀에 갇혀 중소도시의 길을 걷지도 못하게 될까 우려된다. 중소도시에 만연한 거대도시 지향성을 한번 점검하고 그 거품을 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 시스템 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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