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의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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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의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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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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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후 우리말과 글이 요즘처럼 오염된 적이 있었을까? 오늘날 우리가 쓰는 말들이 너무 거칠어 졌다. 거센 소리, 된 소리 등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국적도 알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난다. 스마트폰 영향으로 표기법 또한 괴상하며 외국어나 우리말 할 것 없이 축약이 되어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세대별로 즐겨 쓰는 단어들은 세대 간의 소통도 방해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말과 표기법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지도자들이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

대선 정국에 여당 후보의 형수욕설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사실 욕설이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정작 그런 생각을 밖으로 내뱉는 후보의 천박한 인성도 문제다. 물론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분석해 보면 분노와 증오와 공포의 표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후보의 형수욕설에 대한 문제는 여러 가지 관계적인 쟁점을 담고 있다.

첫째,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 가족 그것도 자신보다 윗사람인 형수에게 입에 담지 못할 증오 섞인 욕설을 내뱉었다는 점, 그러한 언사의 반복성, 또 상대한테 사용한 단어가 갖는 증오와 인격말살의 함의, 여성에 대한 비하의 정도가 정신적 살인에 해당하는 발언이다.

둘째,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이 발언을 한 당사자가 법률가라는 점이다. 아주 실성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극혐의 욕설을 찰 지게 할 수 있는지 살이 떨린다. 애당초 법조인의 윤리를 깡그리 무시한 발언이다. 하기사 그의 저주 섞인 폭언은 호모 포비안(homophobian)들이나 할 수 있는 수준의 언사이다.

셋째, 이런 수준의 욕설은 폭력적인 표현으로서 분노, 공포, 미움을 퍼붓는 싸움할 때나 쓰는 이른바 파이팅 워드(fighting words)에 해당되기 때문에 법이 보호를 해서는 안 된다.

넷째, 이런 욕설을 퍼붓는 사람은 한마디로 인격파탄자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성이 형성되기까지의 유아기와 청소년기 때 그가 받은 가정교육이 어떠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선악의 구별조차 할 수 없는 괴팍한 인성의 소유자임을 추론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이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가 됐을 때 정적이나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상대로 벌일 증오의 배설은 상상하기도 싫다.

현대 문명국가의 법은 공인이 공적인 자리에서 행한 연설 등 다양한 언어표현이 사람 또는 사람들의 집단에 대해서 그 출신이나 민족, 국민, 인종, 성별 또는 특정 종교의 소속 유무를 이유로 폭력을 선동하거나 차별적인 언사로 명예를 손상하는 것을 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살피건대 이후보의 욕설은 상대방을 공격한 폭력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그 증상이 혐오스러우며 강렬하고 분명하게 적의가 결합된 극단적인 감정의 표출이라고 해석해야 된다. 그러한 욕설을 직접 들은 형수의 입장에서는 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보는 자신의 욕설을 단순히 경솔한 발언이니 설명하고 용서를 구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가 눈물을 흘리면서 당시 욕설을 하게 된 상황을 설명하지만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거나 합리화될 수 없다. 인륜과 인간의 존엄성을 뭉개 버린 그의 욕설은 아무리 눈물을 흘리고 용서를 구한다고 해도 면책될 수 없다.

기본권을 침해했고 선량한 풍속과 공공 도덕의 한계를 벗어난 그의 욕설은 오히려 법적 단죄를 받아야 한다. 그의 욕설은 하찮은 단순한 메시지 일 수 있겠으나 그것 자체가 언어폭력인 동시에 물리적 폭력을 충족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감정표현을 넘은 위험성을 가진 행위이다. 폭력의 일부로서 설명되어야 마땅하다. 형수의 대응에서도 나왔지만 그의 발언은 타인의 심신에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혔기 때문에 이미 폭행의 정도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 피해자 형수는 공포감에서 비롯된 두근거림, 호흡곤란, 악몽, PTSD, 과도한 정신적 긴장, 정신이상에 이르기까지 생리적 증상과 감정적 고통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여성 혐오와 증오에 가득 찬 그의 욕설이 유권자들의 엄청난 반발과 개입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선거에서 이후보에 대해 단죄를 하는 것은 모든 시민의 도덕적 책무에 해당된다. 이런 지도자를 선택한다면 우리 모두가 공범자일 뿐이다.

김종호 호서대 교수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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