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난 노 대통령 퇴임 잔칫상
  • 경북도민일보
반쪽난 노 대통령 퇴임 잔칫상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8.0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윤환/언론인
 
 노무현 대통령이 `화려한 귀향’ 논란 속에 25일 퇴임하는 역대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고향으로 돌아간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명박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KTX를 이용해 경남 밀양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내려간다.
 봉하마을은 44가구에 인구 120명에 불과한 조그만 마을이다. 그런데 이날 오후 봉하마을에선 `노무현 대통령 귀향환영추진위’를 중심으로 노사모 회원, 마을 주민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환영행사도 개최될 예정이다. `노사모’ 그들만의 잔치가 벌어지는 것이다.
 시끌벅적한 봉하마을 잔치를 보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주최측은 행사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숭례문 소실로 청와대 책임론이 쏟아지는 가운데 눈치 없이 호화잔치를 계획했다가 날계란이라도 날아올 분위기가 감지되자 꼬리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는 “퇴임 대통령도 존중해야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5년 내내 `역주행’ 해온 행태가 임기 끝나는 날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노 대통령의 봉하마을 귀향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 후 서울에 눌러 앉았던 것과는 달리 노 대통령은 일찌감치 `낙향’을 예고하고 준비해왔다. 나름대로 의미있는 행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봉하마을 일대 개발에 수백억 원의 나랏돈을 퍼붜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에 그의 귀향은 빛을 잃는다. 빛을 잃는 정도가 아니라 골치아픈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길한 분위기다. 당연히 노 대통령의 귀향 발길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기획예산처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출한 `봉하마을 지원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노 대통령 퇴임 후 관련시설’에 총 495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국고가 211억 원, 김해시 등의 지방비가 284억 원이다. 문화부가 주관하는 진영시민문화센터 건립에 255억 원, 환경부가 추진하는 김해시 일대의 `화포천 생태공원’에 60억 원, 진영공설운동장 개보수 사업에 특별교부금은 40억 원, 노 대통령 사저 경호 및 경호 시설에 35억 원 등이 책정됐다.
 또 봉화산 웰빙숲 조성에 30억 원, 조경수를 심는 주변경관 식재사업에 20억 원이 각각 배정됐다. 이밖에 봉하마을 쉼터에 16억3000만 원, 노 대통령 생가 복원에 9억8000만 원, 봉하마을 안길 정비에 8억 7000만 원이 들어간다.
 이와 관련해 차기 정부의 인수위원회에선 벌써부터 예산 투입경위와 사업 타당성에 대해 특별감사에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서는 봉하마을 사업 전체가 대폭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사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봉하대군’ 노 대통령 체면은 여지없이 구기게 된다. `권력무상’을 곱씹어야할지 모른다.
 청와대가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는 `봉하마을 일대 개발에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주장 자체가 모순이라는 반응이다. 진영 시민문화센터 건립과 진영 공설운동장 개보수가 봉하마을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얘기다. “진영읍의 인구가 급팽창해 김해시가 자체 판단에 따라 진행하는 사업을 왜 봉하마을과 연계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물론 봉하마을 정비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청와대가 먼저 추진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3월 김해시의회에서 봉하마을을 상품화하자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시작된 사업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퇴임 후 귀향하면 숲 가꾸기 사업과 습지 생태계 보전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사업이 추진된 사실을 상기하면 노 대통령이 무관하다고 하기도 어렵다. 먼저 혈세를 동원하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김해시가 나서서 수백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나서자 뒤에서 미소만 지은 격이다. 만약 김해시의 조치에 청와대가 쓴소리라도 냈다면 지금 같은 망신은 사지 않았으리라.
 1만 명이 참석하는 봉하마을 잔칫상은 반쪽이 났다. 국정 실패에 숭례문 화재로 민심이 뒤숭숭한 마당에 `노빠들’의 정신 나간 잔치를 즐길 국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를 눈치챈 주최측이 몸을 사린 때문이다. 만약 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었다면 어땠을까. 노빠들이 나서지 않아도 국민들이 성대한 잔칫상을 준비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