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휴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간다” vs “방콕” 희비 엇갈려
팬데믹 억눌린 보상 심리 폭발
포항·영덕·울진 등 경북동해안
펜션·리조트·호텔 등 ‘초만원’
역대급 고물가 ‘휴포족’도 늘어
숙박비 상상초월·환율도 폭등
여행계획 취소 고향이나 방문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처음 맞는 여름휴가 정서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물가 영향 때문인지 여름휴가를 아예 포기하고 ‘방콕’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비싸도 이번 여름휴가만큼은 반드시 떠난다”는 막가파식 부류가 대조를 이룬다.

포항~영덕~울진을 연결하는 경북동해안의 펜션·리조트·호텔 등 하루에 30만~40만원의 고가에 달하는 고급 숙박시설은 이미 지난 7월말부터 8월 초순까지는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10일 포항·영덕·울진 등의 자치단체 및 숙박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을 비롯 포항지역 6개 해수욕장과 영덕의 고래불해수욕장 등이 본격 개장하면서 벌써부터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개장 첫날 영일대해수욕장 1200명, 월포 2800명 등 포항지역 해수욕장에는 5000여명이 넘는 피서 인파가 몰렸다는 것.

특히 이번 여름은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피서철로 3년 가까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억눌린 보상 심리가 작용한 여행 수요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증명하듯 포항 북구 영일대해수욕장의 모 호텔은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전 객실 예약이 이미 마감됐고 포항 북구 송라 해안지역과 영덕 장사해수욕장 근처의 고급 펜션과 민박 역시 15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영덕 병곡면의 칠보산 자연휴양림 등 지역 주요 자연휴양림도 올 여름 객실 예약은 이미 끝났다. 특히 이곳은 동해안 최고 해수욕장인 고래불과 맞물려 수도권 피서객들의 예약이 쇄도하고 있다.

이밖에 울진·영덕 해변가 지역 펜션과 민박도 올 여름 객실 예약이 거의 마감된 상태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영덕으로 피서를 오는 대구의 40대 직장인 A모씨는 “펜션료와 물가가 많이 올라 예년보다 비용지출이 많이 늘 것 같다. 사실 비용을 생각하면 여름휴가 떠나기 힘들 것”이라며 “그래도 그동안 여름휴가 한번 제대로 떠나보지 못한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해 과감하게 결정했다”고 했다.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올해 여름 휴가를 갈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정보 전문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들의 대상으로 여름 휴가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8.4%가 ‘여름휴가를 갈 생각’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역대급 고물가로 여름휴가 자체를 포기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피서지인 포항에 사는 직장인 B모(41·남구 상대동)씨는 “가족과 함께 강원도로 2박3일 여름휴가 계획을 잡았다가 취소했다. 숙박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올라 엄두가 안 난다”라며 “그냥 포항의 조용한 해변에서 해수욕이나 하자고 아내와 아이들을 달랬다”고 했다.

대구의 30대 회사원 C씨는 부인과 함께 이번 여름 해외여행을 잡았다가 취소했다. 그는 “아직 자녀가 없어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려다 항공료가 너무 비싼데다 환율마저 1300원까지 급등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비용이 배 이상 늘 것 같아 포기했다”면서 “1박2일로 시골 부모님께 다녀올 생각”이라고 했다.

조석현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