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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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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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일정한 법칙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만물은 그 방향성의 법칙에 지배를 받아 흘러간다. 이 원리를 증명한 대표적인 법칙이 열역학 법칙이다. 열역학 법칙은 가설이 세워진 뒤부터 유일하게 한 번도 깨지지 않은 법칙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열역학 법칙의 모순을 찾아내어 증명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래서 열역학 법칙은 거시세계의 방향성을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물리학적 이론이다.

열역학 법칙은 4가지로 나뉜다. 열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열평형을 이루게 되는 제0법칙, 하나의 계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형태만 바뀔 뿐 사라지거나 생성되지 않는다는 제1법칙을 지나면 다소 난해해지고 복잡해지는 제2법칙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엔트로피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열역학 제2법칙이 바로 우주만물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법칙이다.

엔트로피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아인슈타인은 엔트로피야말로 모든 과학에 있어서 제1의 법칙이라 했고, 아서 애딩턴은 전 우주를 통틀어 최상의 형이상학적 법칙이라 했다. 엔트로피는 어떤 계에서 변화된 온도를 열량으로 나눈 값으로서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움직이는 동력을 얻기 위해 내연기관에서 휘발유를 연소시켜야 한다. 연소하여 발생한 열(에너지)의 일부는 동력(일)을 만들고, 일부는 배기가스를 통해 대기로 배출되거나 엔진 부품의 열전달로 인해 외부로 빠져나간다. 따라서 열이 일로 변환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손실이 발생한다. 또한 연소한 휘발유는 연소하기 이전의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성냥개비 하나를 더 예로 들어보자. 나무와 황으로 된 성냥개비에 불을 붙이면 빛과 열이 되어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불이 붙기 전과, 불이 붙어 연소한 이후의 에너지 총합은 같지만 이미 재가되어 버린 성냥개비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결국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질서에서 무질서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이다.

우주의 방향성은 항상 엔트로피가 증가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모든 만물이 변하는 이유도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라는 개념도 생겼다. 변치 않는 영원함 속에는 시간적 개념이나 가치가 필요치 않다. 시작과 끝이 있고, 시작에서 끝을 향해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 알게 될 때에 비로소 시간적 개념이 정립되고 또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 어제와 오늘의 모습과 상태가 다르기에 과거와 미래가 구분되고 시간이라는 개념도 만들어진 것이다.

엔트로피는 자연계의 모든 부분에서 지금도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저 멀리 산봉우리에 우뚝 선 거대한 바위도 언젠가는 비바람에 깎여 허물어진다. 유용한 것은 무용해지고, 새것은 낡고, 높은 곳은 낮아지고, 깊은 곳은 메워진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새로 지은 건물도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며,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언젠가는 죽는다. 하늘에 빛나는 태양도 결국 식어 빛을 잃을 것이며, 은하와 온 우주까지 이 궤적을 따라가서 엔트로피의 최대치에 이르러 완전한 에너지의 죽음에 도달하여 소멸과 종말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저런 상태가 되기까지는 우리는 수억만 번을 다시 태어나 살아도 아득히 멀리 있을 만큼 먼먼 훗날의 얘기다. 그리고 신은 그렇게 되기 전에 우주 저 너머에 또 다른 우주를 창조해놓고 기다릴 테니까. 다만 우리가 할 일은 이 하루들을 성실하고 지고하게 살아내는 일이다. 끝이 있기에 오늘 하루하루가 이토록 소중한 것이므로.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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