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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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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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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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주 시조시인
오은주 시조시인

꽃 천지天地다. 저마다 자신만의 색과 향기를 지닌 채 곱고 향기롭게 땅을 밟고 서 있다. 한 송이꽃을 피우기 위해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려고 얼마나 아프게 견뎌왔을까 싶다. 풀꽃의 이름을 불러 쪼그리고 앉아 눈을 맞춰 본다. 청보랏빛 봄까치꽃이 아무도 봐주지 않는 논둑에 피어 그래도 행복하다는 듯 환하게 웃고 있다.

미친다는 말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아마 붉은색이리라. 언어로 표현하면 열정일 것이다. 현재의 나는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시간이 만든 결과의 모습이라 생각된다. 내가 세운 삶의 목표에 나는 얼마나 충실하게 실천하며 여기까지 왔는가?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또, 미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랑하는 희망의 근육일 것이다. 그 꿈을 꽃피우려 우리는 세상을 온 힘 다해 끌어안는다.

많이 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살아와 본 결과 삶의 길에는 정답이 없었다. 나의 가치관대로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한 누구든 꿈은 이루어지리라 생각된다. 다만 각자 노력의 여하에 따라 그 시기가 빠를 수도 있고 조금 늦을 수도 있을 뿐이다. 삶의 길에서 어려운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명제가 뚜렷한 정답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삶이란 수많은 오답을 경험하면서 그 길에서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수행의 과정 같았다.

친하게 지내는 초등학교 친구 네 명이 있다. 공통점은 아직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응어리를 가슴 한쪽에 평생 품고 온 친구들이다. 그로 인해 네 명 모두 지천명이 넘어서 못다 한 공부를 마무리하였고 현재진행형인 친구도 있다. 다들 치열하게 살아온 덕에 지금은 자신의 위치에서 자리매김을 잘하고 있다. 본인이 세운 목표지점에 닿기 위해 공부할 수 있었던 여건 하나에도 감사해하는 친구들이다.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오늘보다 내일 더 나를 성장시키는데 삶의 의미를 두고 살았던 것 같다.

몇 해 전 읽은『가보기 전에 죽지 마라』라는 책의 내용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자전거 하나에만 자신을 의지한 채 홀로 여행한 일본 청년 이시다 유스케의 세계 일주 여행기였다. 그는 7년 반 동안 전 세계 87개국 9만5000㎞를 자전거로 달렸다. 대기업 샐러리맨의 생활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꿈을 실천에 옮긴 것이었다. 꿈이 현실로 옮겨지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고 한다. 알래스카에서 시작해 지구 한 바퀴를 달린 평범한 청년의 비범한 실천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도전정신이 아닐까 싶다.

누구든 꿈을 꿀 수는 있지만 꿈을 현실로 옮기기는 어렵다. 월트디즈니는 “무엇이라도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것을 실행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사람은 세상의 높이만 알려고 할 뿐 넓이는 도외시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이시다 유스케는 세계 최고를 피부로 느끼고 싶어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그는 이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단다. 세계 최고는 우리 자신이라고. 그의 열정적인 경험이 가져다준 또 하나의 해답이었다.

발레리나 강수진님의 발을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에 뜨거운 전율이 흘렀다. 발가락마다 굳은살이 옹이처럼 몇 개씩 박혀 있었다.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춤을 보여주며 한가득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의 얼굴과는 상반되는 발이었다. 그녀의 책『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를 읽어 보면 자신은 하루 4시간만 잔다고 말한다.“성공한 사람들의 부와 명예만 바라보지 마라. 또 그게 운으로 이룬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셀 수 없이 많은 고통에 몸이 찢겨 나가도 웃으며 앞으로 나아갔던 사람들의 시린 상처를 들춰보라. 거기에 답이 있다. 까지고 부러지고 찢어진 내 두 발, 30년 동안 아물지 않은 그 상처가 나를 키웠다.” 그녀 삶의 전부인 발레에 대한 사랑을 가슴으로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가만히 뒤돌아본다. 나는 과연 미칠 만큼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자신이 없다. 그러니 후회의 날도 많다. 삶도 경영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많이 공감되었다. 운전대의 방향을 내가 정하여 가듯, 이제부터라도 남은 내 삶을 잘 계획하고 운영해야 할 것 같다. 죽음의 순간이 지금 당장 찾아오더라도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았기에 후회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오늘도 사막의 낙타처럼 뚜벅뚜벅 걸어간다. 삶에 대한 뜨거운 응시, 내가 안고 살아야 할 소임이 아닐까 생각하며. 크고 화려하지 않은 꽃이면 어떻고 또 조금 늦게 꽃 피우면 어떠랴.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꽃을 개성 있게 피우면 될 일이다. 미친다는 말에는 칠전팔기, 전화위복 같은 사자성어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삶도 미쳐야 꽃이 피리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매 순간 도전하고 어떤 일에 집중해 보는 일, 그 속에서 피워 올린 한 송이 꽃, 얼마나 고귀하고 붉은 삶인가.


*성국희 시인의 시조집 제목

오은주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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