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같은 교사들의 이야기
  • 손경호기자
천사와 악마 같은 교사들의 이야기
  • 손경호기자
  • 승인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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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은 1965년부터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로 정해졌다. 나는 천사와 악마 같은 다양한 교사들을 만났다.

“머리에 X만 들었다”며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모욕감을 준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도 있었고, 고등학교 때는 패싸움을 주도해 선생님에게 아이스하키 스틱 풀스윙에 맞았던 기억도 있다. 그건 사랑의 매였다고 생각한다.

반면 고3 때는 충격적인 일도 겪었다. 선생님이 원하는 서울대 비인기 학과 대신 연세대 인기학과를 지원한다는 반 친구를 누나와 학생들 앞에서 무자비하게 주먹으로 폭행한 일도 있었다.

나는 모범 학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일진도 아니었다. 공부 못하는 열등생 수준의 문제아였다. 당연히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고, 무시와 차별을 했다. 그래서 경험상 스승이라고 부를만한 선생님들이 많지 않다.

그러나 공부를 잘 못했던 나에게 당진초등학교의 담임 선생님이 “너는 산수를 잘하는구나”라고 말해준 것에 큰 용기를 얻은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는 변정화 독일어 선생님을 존경해서 독일어를 좋아하고 잘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한마디, 그리고 행동 하나가 학생의 인생을 바꾸는 데는 충분하다.

중학교 3학년 때 정경호 선생님도 잊지 못한다. 주임 선생님인 그는 문제아 학생들을 사랑과 체벌로 지도했다. 상상할 수 없는 비행을 저지른 B학생도 퇴학시키지 않고 졸업시켰다.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특혜였다.

용산에 위치한 해오름빌 모자원을 사모님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선생님을 찾아갔던 적이 있다. 선생님은 B학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했다. 원래 B학생은 아버지, 형과 함께 한 방에서 살았다. 그런데 형이 결혼하면서 방이 없어진 B학생은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살다가 비행청소년이 되었다. 선생님은 “중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사람 답게 살 수 있다”고 말하며 B학생을 끝까지 지켰던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스승의 모습이 아닐까.

군대 제대 후에 나는 대학생과 야학 교사로서 깊은 갈등을 겪었다. 그 당시 노동자 투사를 양성하는 야학 교사는 당연히 운동권의 길로 들어서는 게 수순이었다. 그 길은 아름답고 정의로웠지만, 나의 모든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경제학과의 장덕주 교수님은 이러한 나의 갈등을 이해하며, 경험에서 나온 긴 조언을 해주었다. 교수님은 나에게 이념서적 외에도 주류 경제학에 대한 공부를 권유했다. 그 덕분에 나는 소련으로의 유학을 결정했다. 장 교수님은 내가 귀국했을 때 전공이 달라도 경제학과에서 많은 강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좋은 교사가 아니었다. 선생님의 직업에 대한 열정과 신념은 있었지만, 노력이 부족했다. 야학 교사로서의 시절에는 나의 모든 에너지를 학생들에게 쏟아부었다. 그러나 대학 강단에서는 학생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준비가 부족했다. 학생들의 소중한 시간이 낭비된 것 같아 깊이 사과하는 마음뿐이다.

목화야학에서 보낸 일년 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이타적인 시간이었다. 내 모든 시간과 돈을 학생들을 위해 투자했다. 야학 교사 생활을 마치고 나서 어느 날, 김동옥 학생이 찾아왔다. 매일 밥과 술을 사줬던 나에게 보답하려고 10만원 수표를 가져왔다. 그의 진심에 매우 감동하고 고마웠다. 그 후로 그는 나의 친구가 되었고, 우리는 평생 함께하고 있다. 그는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전기와 소방 관련 국가고시 자격증을 열 몇 개나 따서 훌륭한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삶은 나에게 진정한 카네이션이다. 스승의날, 전화 한 통이라도 걸어야겠다. 한승범 버네이즈 아마존출판대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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