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FAST)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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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FAST)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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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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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불리는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인 패스트(FAST: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FAST는 CTV(connected TV)의 앱 또는 셋탑박스 형태를 통해 실시간 방송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구독료 대신 광고 수입으로 운영된다. 크게 보면 스트리밍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경우와 스마트TV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기존 TV에 인터넷 연결 기능 지원 장치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아마존 FireTV, 로쿠(Roku) 등이 대표적이다. 후자는 인터넷 연결 기능을 기본 탑재한 스마트TV에 앱 형태로 제공되는 것으로 삼성전자의 삼성TV플러스, LG전자의 LG채널이 대표적이다.

패스트는 광고 기반의 유·무료 VOD 서비스인 AVOD (Advertising VOD), 넷플릭스 등 독립적인 구독 VOD 서비스인 SVOD(Subscription VOD)와 달리 무료 광고 기반으로 TV 콘텐츠 수준의 채널(linear)과 VOD(nonlinear)를 TV나 모바일, PC를 통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기본적으로는 사용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보는 기존 구독형 OTT와 달리 미리 방송사가 편성한 프로그램 순서에 의해 제공되는 채널을 시청하는 것이 특징이다.

패스트가 확산되고 있는 배경과 패스트의 장점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구독형 OTT의 경쟁 과열로 인해 인기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서비스가 배타적으로 제공되면서 시청자들은 원하는 콘텐츠 시청을 위해 다수의 OTT 구독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비용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패스트의 확산 배경이다. 해외 주요국의 이용자들은 평균적으로 2.1개의 구독형 OTT에 가입하고 있으며, 성숙단계에 접어든 미국의 경우 구독형 OTT의 개수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용자 중 2개 이상의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비율이 82%에 이른다.

다음 스마트TV 보급 확대도 패스트의 활성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패스트가 활성화된 미국, 영국의 경우 2023년 스마트TV 보급률이 74%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준 삼성전자가 약 4억 6,000만 대, LG가 1억 8,000만 대의 스마트TV를 통해 패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넷플릭스 글로벌 가입자 수가 2억 3,840만 명이고, 1분기 기준 디즈니플러스가 1억 6,180만 명임을 감안하면 삼성과 엘지의 패스트 서비스의 발전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시청자들이 패스트를 주목하는 이유는 TV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테마와 장르를 아우르는 수백 개의 글로벌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인데, 광고주 입장에서는 기존 TV 광고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었던 시청자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청자데이터를 이용해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고, TV 광고에 비해 손쉽게 광고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패스트는 방송 영상 콘텐츠 수명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특히, 한류와 함께 한국에서는 이미 공개된 오래된 콘텐츠라도 해외에서는 새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패스트 플랫폼 시장은 지난해 2018년 사업 초기 대비 20배 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미디어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2019년 7억 600만 달러였던 패스트 광고 매출은 지난해 3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고, 2025년에는 6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다만, 패스트의 향후 전망이나 발전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먼저 패스트가 구독형 OTT 서비스와 보완적인 관계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유료방송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구독형 OTT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든 국면에서 패스트는 유료방송, 구독형 OTT와 결합되는 구조로 전개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구독형 OT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ViacomCBS, Comcast, Amazon의 경우에도 패스트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다른 견해는 패스트가 현재로서는 이미 방영된 콘텐츠나 기존 방송 채널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것이어서 이용자의 선호가 높지 않은데다, 건너뛰기가 불가능한 광고를 봐야 한다는 점에서 대안적인 방송플랫폼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결국 패스트의 성공 여부는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넷플릭스가 매년 엄청난 금액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쏟아붓고 있는 이유도 많은 IP를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가 빠른 속도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이유도 콘텐츠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스마트TV 제조업체의 전략이 주목된다. 그동안 디바이스 업체에 머물러있었던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가 애플과 같이 소프트웨어, 서비스, 콘텐츠를 포함하는 융합 IT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할지 여부이다. 마침 최근 LG전자가 스마트 TV 플랫폼을 통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하고 맞춤형 콘텐츠·서비스 분야에 5년간 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넷플릭스, 유투브 등에 의해 장악된 국내 미디어 플랫폼 시장에서 디바이스, 구독형 OTT, 케이블, 지상파 등 다양한 기업들이 패스트 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패스트가 대안적인 미디어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특히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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