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로도 못 막게 된 AI
  • 경북도민일보
가래로도 못 막게 된 AI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8.0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려하던 사태가 그예 터지고 말았다.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태세다. 지난달 말 전북 에서 처음 발견된 고병원성 AI가 전남에 이어 수도권까지 북상했고 이젠 경북 등 다른 곳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AI가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조차 어렵지만 일각에서는 방역망이 완전히 뚫려 이미 통제 불능 상황에 이른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고 또는 발견된 AI 의심 사례는 모두 36건으로 전북 김제, 정읍, 전남 영암, 나주 등이 고병원성으로 판정 났다. 15일 `H5형’ AI 바이러스로 확인된 경기도 평택까지 고병원성으로 확진될 고병원성 AI는 5개 시·군 21건,`양성 판정’이 아닌 `발생’은 12건으로 각각 늘어난다. 이는 AI가 처음 우리나라를 덮친 4년여 전보다도 더 나쁜 상황이다. 지난 2003년 12월 충북 음성 닭사육농장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후 4개월 동안 6개 시·도 10개 시·군의 19개 농장에 번져 닭·오리 530만 마리 살(殺)처분과 함께 1500억 원 상당의 손실을 냈다. 언뜻 보면 그 때의 피해 규모가 더 커 보이나 당시에는 반경 3㎞ 이내는 무조건 살처분한 반면 현행 AI 긴급행동지침(SOP)은 우선 반경 500m 이내만 살처분한 뒤 상황을 봐서 3㎞로 확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번에는 보름 남짓 만에 발생건수가 당시의 4개월 치를 훌쩍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AI는 사람의 힘으로만 막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방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하자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 셈이다. 정부는 11월1일~2월 말까지를 AI 방역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해 축사 300㎡ 이상의 가금류 사육농가 5천 곳을 집중 점검하고 철새 분변의 감염 여부를 조사하는 등 겨우내 AI 예방활동을 폈다. 그러나 3-4월에도 돌아가지 않는 철새가 있으므로 방역기간 설정이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초동단계의 방역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AI 발생 농가에서 미리 오리를 빼돌린 후 신고하는가 하면 전북의 유통업자가 버젓이 통제구역을 벗어나 충남과 전남까지 돌아다녀도 전혀 통제되지 않는 방역체계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김제, 정읍 등은 국내 최대 가금류 집산지로 통제가 쉽지 않다는 당국의 군색한 변명에는 기가 찰뿐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앞으로 고병원성이 확진되면 무조건 3㎞안의 닭·오리를 모두 살처분 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토록 허술한 방역망부터 철저히 보강하지 않으면 계속 뒷북만 칠 게 뻔하다. 이제라도 AI 확산을 차단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