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희수(喜壽)’를 맞은 원로국악인이 평생 수집한 악기를 대학박물관에 기증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박기환(77·대구 동구 방촌동) 옹. 1971년 영남대에서 `국악개론’이라는 정규교과목을 지역 최초로 개설하고 가르친 이래 2001년까지 30년간 지역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기르고 국악 보급에 앞장서 온 향토국악인이다. `국악통론’(1977)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특히 대표적 아악기인 `편경’과 `편종’을 해방 이후 최초로 재현하는 데 성공한 이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지난 24일 오전 11시 부인과 함께 영남대 박물관을 찾았다. 20대 중반부터 수집해 소장해온 악기 142점 모두를 대학에 기증하기 위해서였다. 그 가운데는 그의 최초 수집품이자 애장품인 가야금도 포함돼 있었다. 80여 년 손때 묻은 이 가야금의 뒷면에는 `김화전’이라는, 경주공방 출신인 전 주인의 이름자가 똑똑히 새겨져 있다. 1950년대 중반, 그 소리에 반해 몇날 며칠 전 주인에게 사정해야했고 당시로서는 거금인 3000원을 투자하고 나서야 비로소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애장품 중의 애장품인 것이다.
이처럼 소중히 간직해온 애장품을 선뜻 기증한 그의 진심은 20여 년 전부터 `음악박물관’의 필요성을 제기해온 이유와 같다. “악기의 변천을 보면 곧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알 수 있다. 가야금만 보아도 예전에는 괘가 낮고 공명통이 두꺼웠던 것과 달리 요사이는 괘도 높고, 공명통도 얇고, 현의 수도 배다. 대중문화전반의 서구화 경향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나 우리고유의 멋을 잃어버릴까 걱정된다”는 그는 “지난 50여 년간 모인 악기들 하나하나에 이렇듯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는 만큼 박물관 소장고 깊숙이 간직하지만 말고 대중에게 자주 보이고 널리 알려주기를 바란다”고 기증 취지를 밝혔다. 이에 영남대 박물관장 박성용(53·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때마침 중국, 일본의 대학박물관과 함께 동아시아 소수민족 전통악기에 대한 연구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박물관 기획전시는 물론 지하철역사 문화공간 등을 활용해 시민들이 쉽게 우리의 전통악기들을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산/김찬규기자 k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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