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다리 붕괴에 대처하는 미국의 태도
  • 경북도민일보
볼티모어 다리 붕괴에 대처하는 미국의 태도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24.0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월 26일 이른 새벽, 미국의 볼티모어 항구를 가로지르는 파탑스코강 하류에서 컨테이너선 한 대가 교각과 충돌하며 ‘프랜시스 스콧 키’라는 유명한 다리가 붕괴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근처의 이 다리 길이는 2632m로 선박과 충돌 직후 20초 만에 완전붕괴되어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사고 원인은 싱가포르 선적의 컨테이너선이 고장으로 동력을 상실해 정해진 경로를 유지하지 못하고 정상 경로에서 점점 오른쪽으로 이탈하여 교각과 충돌하여 벌어진 일이다. 사고 직후, 대형 참사가 우려된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조사결과 다리 위에서 작업하던 인부 8명 중의 6명이 실종되었음이 밝혀졌다. 대형사고치고는 적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인명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선박이 미리 고장 신고를 하여 교량과의 충돌 위험을 알렸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차량 출입을 통제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고로 인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메릴랜드 주지사는 조난 신호를 보내 사고 위험을 알린 선원들을 “영웅”이라 칭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신속하게 다리로 차량진입을 막은 경찰과 사고 위험을 미리 알린 선원들을 치하했다.

사고에 대한 대응하는 미국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대형사고에 비해 적은 숫자지만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적 손실도 천문학적이다. 사고수습을 위해 볼티모어 항구가 약 6주간 폐쇄되면 2000명이 넘는 항만노동자들이 일할 수 없게 되고, 사고복구에 따른 보험사들이 지급할 보험금은 40억 달러(약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도 사고 당사자인 선박의 선원들에게 찬사를 보낸 것이다.


미국 정부와 언론은 이 사고와 관련된 모든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고의나 테러와는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사고수습과 유가족의 위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왜 선원들을 영웅이라 했을까. 그 이유는 그들이 미리 조난 신고를 했기 때문에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라면 어땠을까? 선박회사 회장을 비롯하여 선장, 선원들까지 언론의 뭇매를 맞으며 줄줄이 구속될 것이다. 뒤이어 비난의 칼날은 곧바로 정부를 향할 것이다. 직무와 관련된 공무원 여러 명이 옷을 벗을 것이며, 해당 부처 장관은 어디에 있었으며 현장에 언제 도착했는지 초 단위로 따질 것이다. 구조대 출동은 왜 늦었느냐를 외치며 “이게 나라냐”라며 외쳐댈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온갖 유언비어와 음모가 난무할 것이다.

현대사회가 급속도로 발전?고도화하면서 재난 발생이 일상화, 다양화, 대형화되고 피해 규모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대비해도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치밀한 재난 안전 시스템을 갖추어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과 함께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사고만 일어나면 이성을 잃고 비난에 집중한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워 분풀이해야 직성이 풀린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진영에 유리한 논리를 만들어내어 두고두고 우려먹는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한 나라의 품격은 고저 차에 따라 물의 높낮이가 달라지듯이 그 나라를 구성하는 국민 개개인이 수준이 반영되어 결정된다. 국민보다 수준이 높은 정부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국민의 수준으로 끌어내려 지고, 국민보다 수준이 낮은 정부일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수준으로 끌어올려 진다. 가슴 아픈 사고는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대비해야 하지만, 행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이제 선진국민으로서 좀 더 의연하고 냉철하게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