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의 대구·경북 집단사고
  • 이진수기자
4·10 총선의 대구·경북 집단사고
  • 이진수기자
  • 승인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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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여소야대 구도 형성
국민의힘 대구·경북 25석 완승
민주당은 호남서 총 28석 차지
정당만 보는 ‘몰빵 투표’는
상식·논리의 시민의식 결여로
획일적 ‘집단사고’ 매몰 보여줘

4·10 총선이 막을 내렸다. 민주당을 비롯해 범야권의 압승으로, 국민의힘은 호된 정권 심판을 받았다.

여소야대의 정국 구도이다. 그래도 대구·경북(TK)은 국힘에 있어 여전히 절대적인 존재감으로 효자노릇을 했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국힘은 포항을 비롯해 대구·경북에서 총 25석(대구 12·경북 13)을 차지했다. 야당은 1석도 건지지 못해 ‘25대 0’으로 이변은 없었다.

충분히 예견했던 일이라 놀랍지 않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때도 미래통합당(현 국힘)은 무소속(홍준표) 1석을 제외한 24석을 얻었다.

이러한 현상은 호남도 닮은 꼴이다. 민주당은 광주(8석) 전북(10석) 전남(10석)에 모두 승리해 총 28석을 차지했다. 21대는 무소속 1석을 제외한 27석을 가져갔다.

역대 선거에서 대구·경북은 보수당, 호남은 상대적으로 진보정당이 독식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으로 대구·경북과 호남은 이른바 ‘묻지마’ 선거, 또는 ‘몰빵’ 투표이다.

부산 울산 경남도 별 차이 없다. 선거 때마다 나라가 동서로 쪼개진 것으로 이들 지역에 다른 색깔의 후보 당선은 ‘가뭄에 콩 나듯’ 이변이었다.

이는 정당 우선의 정치구조와 유권자인 시민의 정치의식 부재라 할 수 있다. 대구·경북은 자신이 선택한 의원을 두고 ‘깜냥이 안 된다느니, 신망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등 투덜거리는 뒷소리가 상당하다.

다음에는 정당 아닌 인물을 보고 투표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투표장에 들어서면 보수 몰빵이 된다. 깨어있는 상식과 논리를 갖추고, 양심으로 행동하는 시민 및 정치의식이 결여된 탓이다.

특히 대구·경북은 ‘집단사고’에 매몰돼 있기에 몰빵 투표가 가능하다.

사회학자인 예일대학교 제니스 교수가 강조한 집단사고는 집단 의사 결정 상황에서 집단 구성원들이 집단의 응집력과 획일성을 강조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의사 결정 양식을 말한다. 대구·경북이 정치에 있어 집단사고에 빠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것이냐는 질책을 받을 수 있으나, 대구·경북이 보수의 성지라는 현실 앞에서 부정하기 힘들다.

애초 대구·경북의 역사는 보수보다 저항과 혁신의 색채가 강했다. 이승만 독재에 떨쳐 일어난 대구의 1960년 2·28 학생운동은 자유당 정권의 붕괴를 가져온 도화선으로, 3·15 마산시민항쟁에 이어 4·19혁명을 가져왔다. 12년 장기집권 이승만의 붕괴가 대구에서 시작된 것이다.

일제 땐 항일독립운동의 본산이었다. 1907년 2월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은 전국으로 확대됐으며, 경북은 독립운동의 발상지이자 역사상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전국의 28.7%)를 배출했다.

안동의 이상룡 선생 등이 만주에서 항일독립운동을 이끌었으며, 대구 시인 이상화와 안동의 민족시인 이육사는 높은 자존감으로 일제에 맞섰다. 영덕의 평민의병장 신돌석 장군은 일제의 간담을 써늘케했다.

해방 공간인 1946년 대구는 미 군정에 저항하는 9월 노동자 파업에 이어, 이른바 10·1 폭동에 1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1979년 8월 안동에서 정부의 탄압에 맞서 가톨릭농민운동이 일어났다.

저항과 혁신이 대구·경북의 정체성으로 해방과 독재정권 붕괴, 민주주의 수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곳의 보수화는 박정희 정권부터 시작됐다. 경북 출신인 그는 지역감정을 이용해 집권의 토대를 닦았으며, 영·호남 갈등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이제는 견고한 보수 성지가 됐다.

보수는 그 나름의 충분한 가치와 존엄성이 있다. 하지만 획일화, 고정화된 맹목적인 이념과 사상은 위험하다. 진보 역시 마찬가지.

사회는 다양성과 다원주의가 존재해야 건강하게 발전한다. 그것이 정치 성향 또는 이념적 사상이든 다양성에 기반을 두어야 궁극적으로 인간 삶이 향상된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 보수·진보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상호 경쟁과 견제를 통해 역사가 발전하며 성숙한 민주주의를 완성한다. 자신의 것에 함몰돼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대구·경북이 보수정당에 한결같은 몰빵 투표의 반대급부로 경제, 교육, 의료, 교통, 문화예술 등 이렇다 할 발전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까. 수도권에 비해 모든 면에서 한참이나 뒤떨어진 그저 그런 지방도시에 불과하지 않는가. 급기야 지방소멸로 치닫고 있으니 결국 애써 죽 쑤어 개주는 꼴이 된 것이다.

총선이 막을 내린 지 일주일이다. 대구·경북이 현명한 선택을 했는지 차분히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변해야 한다.

2026년 지방선거부터 후보의 인물과 정책을 살펴야 하며, 지역과 민생을 살리고 국가발전에 힘쓰는 올바른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구·경북은 정치라는 집단사고의 덫에 빠져 미래가 없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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