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너무 나서면 국민(소비자)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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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너무 나서면 국민(소비자)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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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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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만능주의에서 국가절제주의로  
 
    박 효 종 (서울대 국민윤리과 교수)
 
 
 `정부만능주의’란 정부가, 혹은 정부만이 무엇이든 할수 있고 그것도 제일 잘할수 있다는 낙관주의적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이 위험한 이유는 정부가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킬 전망이 높지 않으며, 실제로 그러한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불신과 실망을 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모든 국민들의 숙원을 풀어줄 것처럼 호언장담했다.
 새 정부마다 교육제도와 입시제도를 개혁하겠다며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는 등 주물럭거렸지만, 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통만 가중시켰을 뿐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는 3불정책이라고 하여 정부가 논술문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내신 반영비율을 제한할 정도로 규제가 심했지만,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경제분야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을 바로 잡겠다며 연일 강남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중과세정책을 수도 없이 쏟아냈지만, 집값과 땅값은 서너 배로 뛰어 서민들의 눈물만 흘리게 하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실패하게 마련이라며 정부개입을 하였으니 긁어 부스럼을 만든 셈이다. 정부도 실패하고 관료나 정치인들도 자기이익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외면하였던 것이다.
 선진화된 국가를 원한다면 경제·사회분야에서 이런 정부만능주의의 병폐를 치유하고 `국가절제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일에서 개인이나 제3섹터보다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큰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신념은 너무 커서 멸종되어 버린 공룡의 운명을 상기시킬 만큼 잘못된 것이었음을 이미 선진국들은 깨달았다. 자신의 눈에 맞는 안경은 자신이 제일 잘 아는 것이지 안과의사 등 외부전문가라도 잘 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점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뒷짐지고 개인들이 하고 있는 것을 구경만 해야 하는가. 물론 아니다. 최근 들어 정치적 삶의 내용이 급격하게 변한 것은 사실이며, 정부가 독점적이고 지배적인 통제권을 행사해야 하는 분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서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런 분야를 특정한다면 단연 법과 질서의 영역이 아닐까. 또한 안전분야도 그렇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 어로작업을 나가서 해적들에게 납치되었다면 정부는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들을 구출해야 할 것이다. 과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스라엘의 엔테베특공작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선진국 정부들이 벌인 필사적 인질구출작전이나 대테러전쟁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사례들이다.
 이 영역에서 실패하면 정부는 국민들에게 믿음과 확신을 줄 수 없다. 노무현 정부 국정운영방식의 실패사례라면, 법과 원칙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었다. 특히, 노 정부는 집단적으로 법과 질서를 어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러한 `국가무능주의’에 대하여 무정부상태를 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시로 대형노사분규가 일어났고, 전교조 교사들이 정치적 이유로 집단휴가를 가도 속수무책이었다.
 선진정부를 지향하는 국가라면 국민 개개인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편안한 삶을 보장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즉 법과 질서, 원칙을 바로 잡아 나감으로써 편안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법과 질서를 어기는 행위라면, 개인 차원이나 집단 차원을 구분하지 말고 가차없이 처벌해야 한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 원인이 되는 사회구조적 원인이나 배경 원인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예방도 중요하지만, 탈법행위가 일어난 것을 아예 없었던 것처럼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법과 원칙의 차원에서 창궐했던 국가무능주의를 척결할 때 제대로 된 정부라는 인식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일에는 적극 나서고 잘 할수 없는 분야에서는 절제하고 민간주체에게 그 권한을 넘겨야 한다. 물론 권한을 넘긴 다음에는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영역이나 교육영역에서는 국가만능주의로부터 국가절제주의로 전환하고, 법치와 안보분야에서는 국가무능주의로부터 국가유능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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