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아픔 속, 희망의 열매가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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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아픔 속, 희망의 열매가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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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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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 개봉영화 `방울토마토’와 지난해 2월 개봉한 `1번가의 기적’은 재개발로 인해 곧 사라져야 하는 달동네를 배경으로 가슴 울컥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성인 배우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어린 배우들의 고단하지만 천진난만한 모습을 무기로 어느 영화보다 가난한 이의 아픔을 쓰라리게, 가난한 이의 꿈을 아리게 표현했다.
 
 
   철거촌 달동네 배경 노인·어린 손녀의 삶을 그린 영화
   쓰라린 가난의 아픔·이웃간 따뜻한 情·조손녀간 사랑

 
 
 한국 영화 `방울토마토’는 철거촌을 배경으로 돈 없고 집도 없는 노인과 어린 손녀가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박구(신구)는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폐품을 모아 판 돈으로 어린 손녀 다성(김향기)을 돌보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박구와 다성이 살고 있는 판자촌 동네는 곧 철거에 들어간다.
 이들 앞에 출소한 박구의 아들 춘삼(김영호)이 찾아온다. 춘삼은 이튿날 아침 딸 다성에게 방울토마토 화분만 남겨둔 채 박구의 통장과 함께 사라진다.
 게다가 강제 철거를 하려는 용역업체 `어깨’들과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 사이에 싸움이 붙자 박구의 리어카는 부서지고 만다.
 박구는 다성의 손을 붙들고 리어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건설업자 갑수의 저택을 찾아가지만 이들은 멀리 여행을 떠나고 집에는 값비싼 개 한마리만 남아 있다. 무작전 저택 안으로 들어간 둘은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훔쳐 먹고 안락함에 취해 당분간 그곳에 머물기로 한다.
 이 영화는 솔직하다. 먼저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의 애틋하고 애끊는 사랑을 차근차근 그려 나가면서 안타까움과 눈물을 유발한다. 여기에 피차 가진 것 없는 철거촌 주민들간의 따뜻하고 살가운 정을 추가한다.
 무엇보다 영화는 주인공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상황을 묘사할 때 가장 진지하고 솔직하다.
1개발업자는 사생활과 취미까지 이상한 완벽한 악인으로 나오고 피해자인 두 주인공이 수렁에 빠지는 장면 장면은 섬뜩할 만큼 상세히 묘사한다.
 이런 진지함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철거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돈만 밝히는 개발업자와 속절없이 당하는 철거민을 가르는 이분법은 너무도 단순명료해 오히려 사실감이 떨어질 정도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영화 주연을 맡은 배우 신구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절절하다. 또 어린 배우 김향기는 나이답지 않게 당돌하게 배역을 소화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영화로 충무로에 데뷔한 정영배 감독은 10년간 PD 생활을 하면서 KBS 모노다큐드라마 `인물 한국사’ `역사 속으로’, SBS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을 연출했다.
  전체관람가.   연합
 

 
 
 
      추천비디오  `1번가의 기적’
 
 
     
 
 
 
    기적을 꿈꾸는 `달동네 사람들’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하지원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선입견을 갖기 십상이다. 이들의 이름에서 섹스코미디 영화 `색즉시공’이 퍼뜩 떠오르지만 `1번가의 기적’(제작 두사부필름)은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웃음을 주는 영화에 그치지 않았다.
 `1번가의 기적’의 이야기는 세 축으로 진행된다.
 재개발 지역에서 안나가겠다고 버티는 달동네 주민을 `쓸어버리기’ 위해 1번가를 찾아온 날건달 필제(임창정)와 5전1무4패의 기록을 갖고 있으면서도 당돌하게 동양챔피언을 꿈꾸는 여자 복서 명란(하지원).
 달동네의 현실을 때론 행복하게, 그 누구보다도 비참하게 표현해내는 어린 일동(박창익)·이순(박유선) 남매와 하늘을 난다며 지붕 위에서 숱하게 떨어지는 덕구. 그리고 1번가 수준에 맞지 않게 고운 옷을 차려입고 다단계 판매회사에 다니면서 지긋지긋한 현실을 벗어나려 하는 선주(강예원)까지.
 세 축은 1번가를 배경으로 `따로 또 같이’ 움직인다. 각각의 이야기를 오롯이 전하면서도 한데 어울려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편집과 음악의 힘이다. 마치 영화는 편집의 예술임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수없이 시도되는 교차편집을 통해 인물의 감정선을 또렷하게 만든다.
 필제는 거칠게 대항하는 마을 주민들을 말로만 겁줄 뿐, 실제 행동은 하지 못한다. 되레 아이들을 보살피고, 명란의 허무맹랑한 꿈을 지켜보는 마을의 관조자가 돼간다.
 동양챔피언이었으나 지금은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아버지를 둔 여자 복서 명란은 낮에는 주류판매처에서 일하면서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공장이 싫어 다단계 판매회사에서 허황된 꿈을 꾸는 선주에게는 자판기를 운영하는 태석(이훈)이 다가온다.
 일동·이순 남매는 도망간 엄마를 대신해 보살펴주는 할아버지가 암에 걸리자 암에 좋다는 토마토를 구하기 위해 방울토마토를 심는다. `거지’라고 놀리는 학교 친구들에게 맞서 싸우기도 하지만 친구들이 형을 동원해 괴롭히는 데는 피할 재간이 없다. 이 두 어린아이들이 편견에 가득찬 형들이 던지는 빨간 토마토에 맞는 장면은 내내 가슴에 남는다. 가진 자의 폭거와 꿈틀댈 수조차 없는 약자의 설움, 폭력에 당했음에도 훌훌 털어버려야 하는 현실이 이어진다.
 정겹지만 불안함이 공존했던 이들의 삶은 진짜 철거깡패들이 들이닥치면서 파국으로 향한다. 또한 동양챔피언에게 도전한 명란은 링 위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캐릭터 하나하나, 이를 연기한 배우 한 명 한 명 기억에 남는다. 영화가 주연과 조연의 고른 호연과 더불어 주연이 아닌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있을 때 꽉 찬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일동과 이순의 고단하지만 천진난만한 모습에 이끌린다.
 적절한 균형감과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오던 영화는 현실인지 바람인지 모를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중심을 잃는다. 뒤로 갈수록 느린 속도로 할 이야기를 분명히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서둘러 결말을 지어 끝내버린 인상. 비록 그게 마음 속의 기적일지 모르지만 현실에 단단히 뿌리내렸던 이야기를 판타지로 돌려버린 듯한 마무리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해 2월 개봉작. 15세 이상 관람가.
 /남현정기자 nhj@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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