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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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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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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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 웃음에 대한 기대를 높이지 않을 수 있겠나. 정웅인과 성지루, 차승원과 유해진이 각자 파트너를 이뤄 등장한다는데. 그러나 이번주 개봉영화 `잘못된 만남’와 추천비디오 `이장과 군수’에서 코미디는 관객을 극장으로 끌기 위한 장르적 미끼다. 연기에 관한 한 누구보다도 진지한 이 30대 후반의 두 배우는 억지 웃음 대신 나이만큼 진정성을 갖고 `싸나이들의 우정’을 그리고 싶어했다.
 한편, `잘못된 만남’의 주 배경이 영덕이라는 점은 보너스다.
 
 
 
정웅인-성지루 `잘못된 만남’
영덕 배경으로 벌이는 두남자의 단단한 우정

 
 15년 전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연희(유수영)를 단짝 친구 일도(정웅인)에게 빼앗겼던 호철(성지루)은 실연의 상처를 치유하려고 입대한 군부대에서 뜻밖의 횡재를 한다. 일도가 바로 소대 `쫄따구’로 들어온 것이다.
 갖은 얼차려로 일도에게 군대의 `쓴 맛’을 보여준 호철. 호철 입장에서 일도는 첫사랑을 빼앗은 천하의 의리 없는 녀석이지만 이로써 일도에게 호철은 지옥같은 군생활 기억을 남긴 악마같은 존재가 됐다.
 두 사람의 악연은 서로 사는 곳이 달라지면서 일단락이 됐다. 호철은 제대 후 고향 영덕에서 택시 운전사로 일하며 자리를 잡았고 일도는 경찰관이 돼 서울에서 근무한다.
 10여년간 끊겼던 두 사람의 `잘못된 만남’은 일도가 영덕 근무를 명받으면서 다시 이어진다. 마침 일도가 이사온 곳은 호철의 바로 옆집. 두 친구는 사사건건 충돌하며 티격태격한다.
 10일 관객들을 만난 영화 `잘못된 만남’의 출발은 신선하다고 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흥미롭다. 두 캐릭터의 개성이 명확하고 그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대립하는 캐릭터들과 이들 사이에 풍성한 에피소드가 결합한다면 볼만한 코미디 영화가 될 수 있으니 일단 될성부른 떡잎 정도는 되는 셈이다.
 하지만 `출사표’와 달리 영화는 캐릭터 설정부터 삐걱거린다. 두 사람이 앙숙이 되는 과거의 모습이 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아 두 캐릭터의 갈등은 명확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캐릭터가 설정되는 과정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나 이들이 다시 만난 이후 줄거리 전개가 평범하게 이어진다는 것 역시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담담히 흘러가던 영화는 이제는 한물간 스타일인 과거 한국 코미디 영화의 전형처럼 갑작스러운 액션과 감동 스토리로 `점프’한다. 틈만 나면 으르렁대던 두 인물이 그다지 설득력 없는 과정을 통해 하나로 뭉치게 되니 막판에 등장하는 정웅인, 성지루 두 배우의 열연은 생뚱맞아 보일 뿐이다.
 `역사속으로’, `인물 한국사’ 등 TV 프로그램으로 방송가에서 잔뼈가 굵은 정영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지난 5월 말 개봉한 `방울 토마토’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감독이 한달여만에 다시 관객들에 선보인 차기작이다.
 15세 관람가.
 


 

추천비디오    `이장과 군수’
 

 


 20년째 라이벌인 두남자의 `딴지대결’
 
   2007년 3월 작 `이장과 군수’는 모델 출신다운 세련미를 자랑하는 차승원이 트레이닝 바지를 아무렇게나 걷어입고 남방이라고는 오직 하나인 듯한 전형적인 농부 이장이며, 외모부터 `촌스러워’ 보이는 유해진이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군수라니 그 용모를 상상하는 데서부터 웃음이 터져나오고 센 코미디를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30대 후반의 두 배우는 억지 웃음 대신 `싸나이들의 우정’을 그렸다.
 `선생 김봉두’에서 시골 마을의 정겨움을 내세워 도시민들의 그릇된 삶의 방식을 꼬집고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장규성 감독은 이번에도 시골을 배경으로 했다. 사회에서 늘 맞부딪히는 계급의 문제를 이장과 군수라는 의외의 권력으로 접근했다.
 영화에는 어린 시절 위치와는 달리 커버린 어른이 된 현실과 거기에서 발생하는 정체성의 문제, 순수한 열정을 대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세력들과의 충돌, 현실이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기댈 수 있는 건 사람 사이의 믿음이라는 걸 말하려고 한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춘삼(차승원)은 “이번에는 젊은 사람을 이장으로 뽑자”는 마을 어른의 한 마디에 난데없이 동네 이장이 된다. 이장직에 별 뜻이 없었던 춘삼 앞에 초등학교 시절 반장을 도맡아했던 춘삼의 `꼬붕’이었던 대규(유해진)가 군수가 돼 등장한다. 기분이 상한 춘삼은 대규에게 마을 길을 포장해달라는 등 친분을 이용해 민원을 넣는다.
 대규 못지 않은 이장이 되고 싶은 춘삼이 마을을 잘살게 하기 위해 고심 끝에 아이디어를 내 군수의 재가를 기다리는데, 방사성 폐기물처리장을 유치해 군 경제를 활성화시키려고 여념이 없는 대규에게 문전박대를 당하자 괘씸해 한다.
 이런 춘삼을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 군수 선거에서 대규에게 패한 예전 군수와 그를 후원해 이득을 챙겨왔던 부동산개발업자 백 사장(변희봉)이 방폐장 유치반대위원회 위원장으로 춘삼을 끌어들인다. 춘삼은 열정적으로 반대 운동을 펼친다.
 백 사장은 춘삼을 이용해 대규에게 큰 타격을 미치는 사건을 조작하고, 이로 인해 대규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퍼뜩 정신을 차린 춘삼이 대규의 편에 서면서 두 사람의 해묵은 오해와 질시가 사그러든다.
 결론을 도식적으로 내지 않았다는 점은 뜻밖이다. 예전보다 웃음의 요소는 더 가벼워진 한편 메시지는 더 묵직하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문제였던 듯.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경박하다. 이장과 군수의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과 멋있는 몸매라는 여자의 말에 허겁지겁 셔츠를 젖히는 모습. 더욱이 유행에 가장 민감한, 그래서 아주 짧은 기간 인상적인 CF를 패러디해 극장에서, TV에서 오래도록 볼 수 있는 영화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건 관객을 너무 쉽게 본 것이 아닐까. `공동경비구역JSA’가 진지하게 사용한 초코파이를 이 영화에서 또 봐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
 사람을 웃기는 게 더 어렵다는 걸 감독이나 배우가 모를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웃어야 하는 장면에서의 불편함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도 끈끈한 우정을 보는 감동을 깎아내린다.
 12세 이상 관람가. /남현정기자 nhj@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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