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포항시는 구름 위에서 신선이 노닐 듯 하는 계획들을 쏟아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만도 영일만대교 건설, 인공섬 해상도시 조성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포항 앞바다에 한국의 두바이를 건설해 국제 명품도시로 뛰어오르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이었다. 그대로라면 오는 2013년엔 11㎞ 왕복 4차로 다리와 200㎡ 인공섬 해상도시를 볼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안되는 모양이다. 포항시가 지난주 포항시의회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당초 구상이 대폭 축소 변경됐다. 2013년 완공한다던 영일만항 ~ 남구 대보면 호미곶 11㎞ 왕복4차로 대교는 죽천리에서 인공섬까지 1.7㎞로 바짝 줄어들었다. 영일만대교 중간 지점에 조성한다던 인공섬은 영일만행 남방파제 인근으로 바뀌었다. 또 난데없는 5.5㎞ 해저터널 이야기도 나왔다. 인공섬에서 동해면 흥환리까지가 해저터널 구간이다. 한마디로 영일만대교는 도상연습만 한 것이다.
포항시의회측은 몇 달도 안 돼 벌써 서너 차례나 구상이 바뀌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현성 없는 계획을 세웠다가 현실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오락가락 널뛰기를 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전액 국비예산으로 확보에 노력한다던 예산은 전액 민간투자로 충당한다고 한다. 무려 3조5000억 원이나 필요하다는 예산 확보의 꿈이 현실의 벽에 부닥뜨리자 산산이 부서졌음을 감지하게 된다.
정부는 지금 전국 28개 중요 항만 가운데 부산·인천·평택·당진·군산·광양·울산항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자체 관할로 이관할 궁리를 하고 있다. 이 6개항을 뺀 나머지 속에 포항이 들어있다. 그러자 포항시는 부랴부랴 “포항항은 국가가 관리해 달라”고 건의했다. 진행 중인 영일만항 건설사업이 축소되거나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영일만항의 앞날이 순탄치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국비예산 3조5000억 원 이라니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실제가 그렇다. 내년도 완공 목표인 포항신항만은 내년도 예산에 978억 원만 책정됐다. 국토해양부가 절반을 뚝 잘라버린 것이다. 이대로라면 완공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예산안을 넘겨받은 기획재정부는 가위를 또 만지작거리지나 않는지 궁금하다.
포항시가 `전액 민자’카드를 뽑아든 배경을 알만하다. 몽환경(夢幻境) 속에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이다. 왜 그랬을까. 현 정부의 탄생에 과다한 기대를 걸었던 탓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 단위 예산이 필요한 인공섬과 영일만대교 위에서 널뛰는 포항시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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