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전염 막을 길은 정녕 없는가
  • 경북도민일보
`묻지마’ 전염 막을 길은 정녕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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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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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편리해질수록 마음은 황량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삶의 질은 점차 향상되건만 어째서 마음은 거칠어지기만 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현상이다.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 어제 경북도민일보에 보도됐다. 만취한 30대 직장인이 포항 시내 주택가에 세워둔 차량 14대를 쇠파이프로 파손한 사건이다. 이 새벽 만취 난동의 동기는 간단했다. “직장생활이 힘들고 술취한 김에”라고 보도됐다. 이른바 `묻지마’ 범행의 전형(典型)이다.
 `묻지마’ 풍조는 사회 구석 구석에 스며들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다. 묻지마 관광, 묻지마 도박, 묻지마 스와핑처럼 아무말에나 통용되는 시대가 됐다. `묻지마’는 이미 접두어(接頭語)로서 자리를 굳혀버린 양상이다. 가장 극악한 `묻지마’범행은 살인, 방화따위일 것이다. 대구에서 한때 연쇄방화가 기승을 부리더니 요즘 포항에선 살인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범인을 잡아봐야 알 노릇이지만 범행동기가 `묻지마’일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듯 `묻지마’중독에 빠진 사람들에게서 그 이유를 캐려하면 헛수고에 그칠 공산이 크다. 마음 내키는대로 일을 저지르고 보는 게 가장 흔한 양태다. 그러니 그들에게 무슨 원대한 계획이나 목표같은 게 있을리는 애시당초 없다. 이런 풍조가 쉽사리 눈에 띄니 사회 병리현상은 중증이랄 수밖에 없겠다.
 보릿고개를 겨우 넘어선 살림 형편이 펴게되자 인성(人性)상실 시대가 덮쳐오고 있다. 없이 살던 때엔 온 가족이 바가지 비빔밥을 먹어도 꿀맛이었다. 낡은 이불 한 채로 온 가족이 추위를 견디던 시절엔 가족애라도 끈끈했다. 그 아름답던 가족사랑마저 이제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가정 폭력, 자녀 학대, 노부모 학대가 예사롭게 저질러지고 있다. 그러니 남을 아끼고 배려해줄 마음이 있을리도 없게 마련이다.
 인터넷에 우리가 잃고 사는 것들을 열거한 글이 실려 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거나 `달에 갔다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거나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졌다’는 것같은 내용이 병든 정신세계의 모습을 되비추고 있다. 그렇건만 이제는 종교마저도 서로 으르렁거리는 세태가 되고말았다. 갈라지고 패거리 짓기 잘하는 세상 속에서나마 마음의 등불노릇을 하던 종교끼리 삿대질이 한창이다. 일찌기 없던 현상이다. 또한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했던 현상이 결국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젠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도 부족해 정신세계까지 더럽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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