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에는 기자가 있고, PD가 있다. 기자는 현실과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직업이다. 반면 PD는 프로그램 생산자들이다. 기자와는 애초부터가 직능이 다른 것이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PD들이 기자들의 영역을 치고 들어와 “진실을 캔다”는 명분으로 기자의 역할까지 대신해왔다. PD 수첩의 비극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기자들의 보도에는 `시각’이 없다. 그건 사심과 주관이 배제되어 있다는 뜻이다. 기자들은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고, 기자시험을 치고 기자가 된 후에도 그리 배웠다. `객관성’이 생명이다. 그러나 PD들은 자신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받는게 본업이다. 독자가 외면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는 무능하거나 존재할 수 없다.
`독자’만을 의식하는 PD들이 시사 교양프로를 떠맡겠다고 뛰어든 것은 영역침범이다. 기자윤리를 배우지 못한, 또는 의식이 결여된 PD들의 시사 교양프로는 의욕이 앞설 수밖에 없다. 물론 PD 수첩의 순기능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MBC PD 수첩의 황우석 진실보도는 세계적 특종이다. 기자정신 이상의 치열한 진실추구가 일궈낸 성과다. 그러나 모든 PD 수첩이 그런 성과물을 내놓기는 어렵다. 따라서 보도는 기자에게, 프로그램 제작은 PD에게 각각 돌아가야 한다.
MBC가 위기고 PD 수첩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법원 판결과 검찰수사에 이르기전에 사과하고 방송내용을 바로 잡았다면 이런 위기가 조기 해소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젠 PD 수첩 존폐를 포함해 방송사의 취재-편집 방향에 대한 원천적인 재검토가 따라야 한다. 그동안 10년동안 어떤 방향으로 시청자들을 유도했는지, 제2, 제3의 광우병 같은 보도는 없었는지 맹성이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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