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허기진’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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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허기진’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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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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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환/컬럼니스트
 
 한나라당 주변에 구린내가 진동한다. 집권한지 반년도 되지 않아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에서부터 한나라당 원로 중진, 당 소속 서울시의회의장까지 돈을 챙기거나 뿌리다 손목에 수갑을 차고 말았다. “권력은 반드시 썩는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부끄러운 사례다.
 한나라당은 지난 10년 동안 야당이었다. 그전에는 50년 집권세력이었다. 자유당으로 시작해, 4·19 혁명으로 잠시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주었다가 1년도 안돼 쿠데타로 권력을 찾아온 세력이다. 그래서 공화당 18년, 민정당 10년,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쳐 오래도록  집권해왔다. 한나라당 집권은 `영남’의 집권이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모두 영남이 고향이다.
 그랬던 한나라당이 김대중에게 권력을 빼앗긴 것은 1997년 대선에서다. 아들을 둘씩이나 군대에 보내지 않은 죄로 50년 집권세력은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쫓기는 거지 신세가 되어버렸다. 야당 경험이 전무한 한나라당은 `야당도 아니고 여당도 아닌’ 기형적 정파였다. 대여투쟁은 얼렁뚱땅이고 권력 맛을 버리지 못해 정권에 빌붙는 쇠파리 같은 존재였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김대중 세력이 한나라당에 권력을 나눠주고 이권을 분배할 정권은 절대 아니었다. 정권 파트너인 자민련에게도 나눠주기를 아까워했던 정권이었으니 말이다. 한나라당의 `배곯이’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배가 고픈 정도가 아니라 40년 집권 동안 챙긴 온갖 부정한 것을 뱉어내야하는 기막힌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감옥에 간 5~6공과 문민정부 인사가 얼마였던가.
 그래서 이회창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모였다. 죽을힘으로 뛰었다. 그러나 두 번째 역시 두 아들의 병역면제가 발목을 잡아 집권에 실패했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이회창은 역신 중의 역신이리라. 대선 실패 이후 기다린 것은 더 큰 시련이다, 노무현과 그 좌파 진보세력은 아예 한나라당을 `퇴출’ 대상으로 여겼다. 노무현 탄핵 까지 유도해 놓고 한나라당을 철저히 유린한 게 노무현 정권 아니던가. 그러니 검은 돈에 눈을 돌리고 주머니에 채워 넣을 여지란 없었다. 권력이 돈줄을 차단하니 군것질할 돈이라도 마련하려면 후원회라는 구차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10년 만에 이명박을 내세워 보수정권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권력뿐만 아니라 돈줄까지 챙기는 데 성공했다고 여겼을 것이다. 이 대통령 부인의 사촌 언니인 김옥희 씨가 70대를 넘긴 고령인데도 그에게 30억 원을 싸가지고 한나라당 전국구 공천을 부탁했다니 권력이란 정말 좋은 것이다. 김 씨는 그 돈으로 조카에게 벤츠 승용차를 사주고 오피스텔까지 얻어줬다고 한다. 10년 동안 얼마나 돈에 포한이 졌을까? 대통령 부인의 사촌언니라는데 돈을 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김옥희 씨 사건에 앞서 김귀환(60) 서울시의회 의장이 의장선거를 앞두고 동료 시의원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3000여만 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말이 3000만 원이지 억대가 넘는다는 설이 파다하다. 그는 재벌급 부호다. 사업가 출신으로 워낙 돈이 많다보니 서울시의회 의장쯤 되는 데 몇 억 원은 아무 것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지금이 민주당 정권이었다면 그가 돈을 무차별 살포했을까? 아니다. 그는 10년 동안 권력을 돈으로 사고 싶어 몸부림쳤을 것이다.
 한나라당 유한열 상임고문은 권력에 기생하는 부정 비리의 속성을 말해준다. 그에게 국방부 납품업자가 접근한 것은 정권을 인수하기도 전인 인수위 시절이다. 그에게 수억 원의 현금이 전달됐고, 그는 맹형규, 공성진 의원 등에게 부탁했다. 공 의원은 국방부에 전화까지 했다고 시인했다. `예비권력’에게 돈이 몰린 케이스다. 10년 동안 얼마나 굶었으면 집권도 하기 전에 돈다발을 챙기고 이권에 개입하는 일들이 벌어졌을까?
 한나라당이 집권하자마자 `10년 공백’ `10년 허기’를 채우기 위해 불가사리처럼 움직이면 4년 후 정권은 또다시 좌파로 넘어가 더 혹독한 시절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 때는 지난 10년 같은 시련은 시련도 아닐 것이다. 4년은커녕 이런 식으로 부패하기 시작하면 4년도 보장하기 힘들다.
 나올만한 권력형 비리는  대충 다 나왔다. 청와대의 직접 개입만 빠졌다. 만약 이런 사태가 오면 촛불시위는 곧바로 화염병이 될지도 모른다. 화염명은 촛불에 덴 상처를 아예 불구로 만들지 모른다. `허기’가 `불구’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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