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과 호시노와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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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과 호시노와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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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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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손이 실력을 이긴다
 
    뉴스앤뉴스
 
 베이징의 성화는 꺼졌지만 한국 야구팀이 우리에게 안겨준 감동은 여전히 활활 타고 있다. 특히 일본을 두 번씩이나 무릎 꿇린 건 우리에게 귀중한 인생 교훈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세상만사 자만은 금물이며 지나친 자만은 어느덧 방심을 부르고 결국은 씻을 수 없는 패배의 아픔을 안겨준다는 철칙이 바로 그것이다.
 역대 최강팀이 출전했다는 일본 야구계의 거물 호시노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호언장담하면서 한국 야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언행을 계속했다. 그런 처신이 한국팀을 분기탱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그가 “이승엽이 누구야” “한국의 경계 대상은 선수가 아니라 위장오더”라는 등 도발적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정말 한국 야구를 깔봤다고 밖엔 달리 생각할 수 없다.
 물론 기량 면에서 한국 야구가 일본 야구보다  한 수 아래인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세상일에는 운도 따르지만 기량 위에 정신력이란 게 있는 법이다. 우리는 상대를 만만하게 보다가 거꾸로 낭패 당한 동서고금의 많은 사례를 알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531만 표차에 들뜬 이명박 대통령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든 노무현 보다야 못하랴, 내가 누구냐, 현대 성공과 청계천 신화 주인공 아닌가” 하는 자만심이랄까 교만이 한미동맹복원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운 쇠고기 졸속 협상과 선심 양보로 이어지고 급기야 촛불시위라는 악몽을 자초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도 이미 승패는 끝났다는 오판 때문에 두 번씩이나 다 잡은 대통령 선거를 내주고 말았다. 특히 2002년엔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역구에 내려가 뛰지 않고 선거 후의 자리에만 신경을 썼다. 어차피 이긴 선거라고 여긴 탓이다. 친구들과의 내기 골프 전에 혼자 몰래 연습장 다니면서 칼 갈고 이번엔 뭔가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면 꼭 실수 연발하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중국 삼국지 적벽대전에서의 조조, 황산벌 전투의 김유신, 안시성 공략에 나선 당태종, 짜빈둥에서 청룡부대를 기습한 베트남군, 일본 연합함대에 궤멸 당한 러시아 발틱함대, 러시아를 침략한 나폴레옹과 히틀러…. 모두 적을 얕잡아봤다가 큰 코 다친 당대의 강자들이다. 반대로 중과부적으로 열세에 몰린 군대는 믿을 건 정신력 밖에 없다며 배수진 치고 죽기 살기로 항전하기도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런 교훈을 잘 알고 있고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고 다짐하건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구성원들 사이엔 상대를 얕보는 그런 자만심이 스며들고 허점이랄까 틈이 생겨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당하고 나서 땅을 치고 후회한들 부질없는 짓이다. 군대에서 말하는 사기도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 옛말에는 `설마가 사람 잡는다’거나 `두부 먹다 이 빠진다’는 말이 있다.
 따지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도 이회창 선례를 의식해 잔뜩 경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 승리 후 스며든 자만심이 어느덧 방심을 부르고 결국 쇠고기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이런 점에서 쿠바와 벌인 결승전 9회말 1사 만루의 위기상황에서 우리 팀이 무너지지 않고 극복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만사에 주눅 들거나 항상 긴장만 하고 살아서도 안 되지만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방의 적들이 호시탐탐 나의 허점, 실수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은인자중, 유비무환의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적은 가까이 있는 법이다. 더구나 국가 안보를 생각할 때 언제나 최악의 상황, 0.0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가 절치부심 6·25의 설욕을 다짐하면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군대 우선이라는 선군정치를 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력이 몇 배니까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의 심기를 거슬리자는 건 같은 민족끼리 전쟁하자는 말이냐”며 주적이 누구인지도 모르게 어린 세대의 혼을 빼놓았다.
 인공위성에서 내려다 본 밤의 북한 땅은 캄캄하다. 변변한 산업시설도 없다. 유사시 김정일 충성집단인 평양 인구만 소개시키면 그만이다. 일단 전쟁이 나면 우리 수도권은 북한의 핵무기로 아비규환의 불바다가 될 텐데 우리는 딱히 보복할 마땅한 곳도 없는 처지가 된다. 남북관계에서 자만과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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