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열매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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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열매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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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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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맞이하려고 일부러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대문을 나서서 큰길까지만 걸어가면 계절의 전령사가 있다.가로수로 심은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마치 열병식을 기다리는 병사들만 같다. 열매는 이미 노란 모자를 쓴 것같고 이파리도 머잖아 노란 제복으로 갈아 입을 테니까.
 해마다 은행나무들은 무엇을,누구를 기다리고 저토록 멋지게 자신을 가다듬는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책갈피에 꽂을 잎새를 줍는 소녀들의 손길인가.아니면 노랗게 물든 잎새에서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글쟁이’들의 찬탄인가.실제로 이런 글귀가 있다.“어느틈에 그처럼 곱고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들어 버렸는지 그저 눈이 부시고 신기해서 나는 황홀한 눈으로 낙엽진 은행잎을 바라다보며 한동안 망연히 서있었다.<손소희/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
 은행나무가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보여주는 매력 포인트는 또하나 있다.은행 열매다. 열매는 약으로도 귀하게 쓰이고 ,먹을거리로도 인기 만점이다.때문에 나무 밑에 떨어진 은행 열매를 줍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않는지 열매를 따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쓰는 사람들을 보기는 어렵지도 않다.서푼짜리 발차기 솜씨를 뽐내보기도 하고 기다란 작대기를 휘두르기도 한다.심지어는 벽돌장을 주워와 나무줄기를 마구 두들겨 패는 사람들도 있다.나무야 상처를 입건 말건 내 알 바 아니라는 심사가 엿보인다.
 은행 열매를 대접하는 방법이 지자체마다 달라 흥미롭다.포항남구,구미같은 곳은 개방형이다.누구든 신고하고 교육만 받으면 따갈 수 있다.교육이라고 해봤자 교통사고 조심하기,나무에 상처 안입히기 정도다.몇 년 째 대한노인회에 맡겨 복지에 쓰게하는 대구시는 채취금지다.따라서 함부로 따면 범법자가 되고 만다.적용할 법규정이 있으니 당연히 형량도 있게 마련이다.그래도 은행 열매 때문에 징역 몇 년,벌금 얼마 소리를 하는 일부터가  너무 박절한 것만 같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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