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들어오던 단속정보 누설 행위가 포항에서도 저질러졌다. 불법 사행성 오락실 단속 업무를 맡았던 전직 경찰관 2명이 재직 시 저지른 비리로 구속됐다. 단속 정보를 흘려준 대가로 업주에게서 뇌물을 챙겼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두 차례만도 아니다. 2005년부터 3년 동안이나 단속 정보를 흘려주었다는 것이다. 그 대가로 두 전직 경찰관은 각각 600만 원과 1000만 원을 각각 챙겼다. 알고 보면 헛김 빠지는 노릇이다. 동료가 정보를 흘린 것도 모르고 현장을 덮쳤다가 빈손 털고 돌아서는 모습이라니 마치 무슨 코미디를 보는 것만 같다.
게다가 `바다 이야기’ 사건으로 서리를 맞은 이후 외곽으로 숨어버린 불법 게임장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으니 잡초 같은 생명력이다. 이번에 덜미가 잡힌 일당은 포항시 오천, 흥해읍, 경주시 강동면의 시골농가 창고가 아지트였다. 한적해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게임장을 차려놓고 떼돈을 긁어모았다는 이야기다. 더욱 고약한 것은 이른바 `바지 사장’을 미리 매수해 단속에 걸리면 대신 처벌받게 하는 수법이다. `돈은 내가 벌테니 벌은 네가 받아라’다. 불법 게임장을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다섯 달 동안에 8000만 원을 긁어들인 사람들치고는 매우 좀스럽고 비겁하다.
범죄는 두 가지 유형이지만 밑바닥엔 인간의 사악함이 공통된 모양새로 깔려 있다. 세상에 사람을 악용하는 것처럼 배신감을 갖게 하는 행위가 또 있을까 싶기까지 하다. 두 전직 경찰은 뇌물 챙기느라고 동료들을 골탕 먹이는 짓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폭력 조직원은 만일의 경우 대신 쇠고랑을 찰 사람을 미리 돈으로 사놓고 죄를 뒤집어 씌울 방책까지 준비해놓고 있었다. 씁쓸한 이야기다.
이미 다 아는 수법이고 범죄인데 뭐가 그리 새삼스러우냐고 무심하게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울수록 이런 종류의 범죄는 극성을 부릴 소지가 많다는 사실은 극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옛날부터 돈은 만악의 근원이라고 일러오지 않는가. 요즘처럼 살기가 어려운 때일수록 법질서는 더욱 바로 서야 한다. 하물며 경찰범죄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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